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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형국 Nov 11. 2024

아빠가 선망하는 아들에게.

아들에게

첫째야, 너는 오늘 두 발 자전거를 처음으로 배웠단다.

너는 어릴 때부터 아빠가 하는 걸 종종 따라 하고 싶어 했단다. 아빠도 그런 널 보면 뿌듯하단다. 아빠에 대한 좋은 생각이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단다. 오늘도 넌 아침 10시부터 아빠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하였어. 너는 네발 자전거를 신나게 끌고 나를 따라왔어. 어려운 길이 나오면 내려서 자전거를 끙끙 거리며 끌었어. 주변에 신기한 풍경이 나오면 멈춰 서서 바라보곤 하였어. 아빠는 그 순간이 행복했어.



첫째야, 어른들은 항상 미래와 과거를 생각하느라 현재를 즐기지 못한단다. 과거에 대한 후회를 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한단다. 니체는 영원회귀를 이야기하면서 오늘이 영원히 반복되는 것처럼 오늘을 중요시하고 즐기라고 하였어. 네가 오늘 하루 순간을 즐기며 아빠를 따라오는 모습은 어른들은 못하는 거야.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후회와 걱정 없이 최선을 다하는 것. 그건 너의 탁월한 능력이란다. 아빠는 그런 너를 선망한단다.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타는 너는 '연습하는 거 너무 재미있어'라고 말했어. 처음이기에 두 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벽에 부딪히고 넘어져도 너는 즐거워했어. 아빠는 그런 것이 참 신기해. 칙센트 미하이는 Flow라는 책에서 적당한 난이도 상승과 그에 대한 지속적인 성취는 과정을 즐기게 한다고 했어.  어른들은 '불만 가지지 말고 일이나 하라는 소리냐?'라며 투덜댔지만 너는 그러지 않았어. 결국 해야 하는 것에 대한 과정을 즐기지 않으면 손해 보는 건 본인이라는 것을 아는 듯이.


2시간이 넘도록 연습한 네가 결국 크게 넘어졌어. 아빠는 세상이 넘어지는 것 같았어. 너는 내 세상이거든. 아빠가 크게 내색하지 않고 널 안아준 것은 너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었어. 아빠의 속 마음을 네가 나중에 알아줬으면. 만약에 다른 방식을 원한다면 아빠에게 망설이지 말았으면 한다.


아빠는 너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마음이 너무나 아팠어. 간절히 기도를 하고 잠들었어. 아침에도 제일 먼저 다친 너의 혀가 생각났고 턱이 생각났어. 아빠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 이 말은 어른들이 자주 쓰는 말이란다. 아빠는 사람들을 따라 하는 걸 좋아하진 않아. 그러나 이 말만큼 아빠 마음을 잘 표현하는 말이 없더구나.


너 : 아빠, 왜 나를 걱정했어?

나 : 제일 소중하니까. 제일 소중한 건 제일 아끼고 싶은 거야

너 : 그럼 내가 책보다도 소중해?

나 : 그럼 당연하지..


너와의 귀여운 문답은 항상 나를 즐겁게 한단다. 하지만 이번에는 책 보다 네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행동으로 알려주는 아빠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어.



첫째야, 내일도 너의 바람대로 퇴근하자마자 만나서 자전거 연습을 하자꾸나. 네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이 마음을 항상 간직하도록 아빠가 변하지 않을게. 사랑한다. 순간과 매일을 즐기는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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