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만나는 일

by 류토비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사실 대부분은 늘 비슷한 흐름이다. 누구를 만나든 같이 맛있는 걸 먹고 같이 커피를 한 잔 마신다. 가끔 어느 날은 그 모든 똑같은 행위의 반복이 맞는건지, 지겹게 느껴질 때도 있다.


누군가를 만나려고 하면 어디서 만날 지를 정하는 것부터 어려울 때도 있다. 정말이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서울의 수많은 음식점과 카페들을 두고도 늘 이름나거나 유명한 집은 이미 가볼만큼 가본 느낌이다. 어느 지역엔 어느 집이 유명하고, 어느 메뉴는 어느 집이 맛있고 혹은 몇십년은 되었을 노포 리스트는 당연히 가지고 있다. 개중에는 모두가 알진 않는 나만의 음식점과 카페 리스트들도 당연히 있고.


누군가를 만나려고 하면 그런 집들 가운데 하나를 고르고-물론 가끔은 용감하게 새로 생긴 집을 고르기도 하지만- 찾아가고는 한다. 중요한 사람을 만날수록 그 사람과 만난 자리에서 맛있는 걸 먹고 싶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을 한번 더 하자면 그 맛있는 걸 서로 함께 나눠 먹고 서로 행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몇 번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날은 결국 뭘 먹어도 상관이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냥 날씨에 상관없이 걸어다닐 수 있고 누구나 오기 편한 곳에 있는 대형 몰에 간다던가 혹은 좀처럼 없는 일이지만 길을 걷다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는 날도 있다. 그런 날에 드는 생각은 만나는 사람이 중요할 뿐이지 뭘 먹는 일은 별 것이 아닌 일이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최근에 들어 더더 자주 드는데 그래서인지 예전처럼 전투적으로 식당을 찾거나 유명한 식당의 대기줄에 앉아있는 일은 점점 안 하게 된다. 그럴 바에는 어디든 고만고만한 식당을 얼른 찾는 일이 더 좋다. 카페도 마찬가지다. 커피도 잘하고 디저트도 잘하는데 거기에 분위기까지 좋은 집을 찾기보다는 어디에나 있는 프랜차이즈를 찾는 것이 더 빠르고 편하다는 걸 안다.



오늘은 오랜만에 쉽사리 모이기가 어려운 친구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내가 만나는 모든 인간관계 중에서 가장 약속을 잡기 어려운 모임인 대학원 친구들이 모였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에는 제각기 살아가고 있는 모양이 다르고 여전히 학위 과정에 있는 친구들도 있는데다가 심지어 미국에서 태평양을 건너 온 친구도 있다. 각각의 삶을 살고 있던 사람들이 서로 한번 보려고 시간을 내는 일이 얼마나 중한지 생각하면 또 '매번 맛있는 거 먹고 매번 좋은 카페 찾아가는 일이 지겹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배부른 투정인것처럼 느껴진다.



각자가 살아가는 모양 속에서는 그 어려움의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미국에서 날아온 친구는 여전히 미국의 시간대로 미팅을 이어가고 있고 여전히 학위과정 중인 친구는 페이퍼며 학회며 이런저런 일들로 바쁘다. 서로의 숨가쁜 일상에서 시간의 틈을 벌리고 캘린더에 우리의 약속을 적어두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었다. 우리가 서로를 만나는 시간을 내기 위해 서로의 일상에서 어떤 일들을 쳐냈는지, 어떻게 이시간을 마련해낼 수 있었는지.



그래도 깔깔거리고 웃기 바빴다. 이번 모임에서는 서울의 한 중간에서 오랜 시간을 버텨온 노포를 찾았고 먼저 도착한 사람이 기나긴 줄을 서 있었어도 아쉬운 기분이 안 들만큼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식당의 메뉴들을 원없이 시켰고 신나게 먹었다. 미국에서 날아온 친구가 먹고 싶던 한국 음식들을 마음껏 원없이 먹으면 좋겠다는 나머지 친구들의 바람이었다. 식사를 끝내고서는 몇 군데의 카페를 들렀고 이른 시간에 문을 닫는 카페들을 피해 한적하고 오래 앉아있을 수 있는 카페를 찾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다.



어느 날은 사람을 만나기가 지겹고, 사람을 만나서 하는 일이 고작 뭔가를 먹고 헤어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글을 시작했지만 결국 그런 생각을 하는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에 마음이 꽉 차오르는 것만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쩐지 그런 이유로 매번 맛있는 밥집 리스트를, 나만의 카페 리스트를 새로 고치고 또 고치는 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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