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부쩍 회사에서 나오는 밥을 잘 안 먹게 되었다. 사실 뭐가 나오든 맛이 있든 없든 간에 그냥 주는대로 먹는 것이 직장인 회사밥의 미덕이건만 갑작스레 시작한 다이어트가 회사밥을 안 먹게 된 주된 이유였다. 결혼을 앞두고 살을 뺄 때에도 회사밥을 포기하지는 않았던 걸 생각하면 올해의 다이어트는 꽤 대단하고 유난스러운 것이었다.
다이어트가 끝났는데도 이젠 내 입장이 바뀌어서인지 뭔가 회사밥은 늘 식단의 총 칼로리가 높아보였다. 그리고 탄수화물 위주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좀 멀리하게도 되고 거기에 가끔씩 단식을 하는 날이 껴 있어 점심을 건너뛰고 안 먹는 날도 많아졌다.
그래서 대단한 결심을 했다. 아예 회사밥을 신청하지 않기로.
호기롭게 회사밥을 빼고 돌아와 이제 도시락을 싸가야겠다는 나에게 남편은 흔쾌히 도시락을 싸주마 약속했다. 과연...?
결과부터 털어놓자면 왜 이제서야 회사밥을 안 먹기로 결정했나 싶었다. 남편은 매일 꾸준히 약속을 지켰는데 도시락에 들어갈 메뉴를 같이 만들더라도 도시락 통에 담아주는 것은 늘 그의 몫이었다. 그가 요리조리 우리의 냉장고 안에 있는 것들을 담아줄 때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기분이었다.
꼭 초등학생이라도 된 것처럼 매일 나가기 전 식탁 위에 도시락을 챙기는 것은 내 일이 되었다. 가방 안에 차곡차곡 도시락을 넣고 집에서 내린 차가운 커피를 텀블러에 넣어 달랑달랑 들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매일 다른 메뉴가 들어있는 도시락은 점심시간까지 기다리는 것이 애타고 지지부진하게 느껴질 정도로 좋았다. 그래서 사실 며칠은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몰래 도시락을 까먹은 날도 있었다.
도시락 뚜껑을 열면 퇴근하고 난 뒤의 늦은 저녁에, 혹은 내가 자고 있는 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나 남편이 차곡차곡 넣어준 음식들이 가득했다. 사실 그 모든 것은 내 취향대로 사다나른 냉장고의 식재료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니 어느 것 하나 마음에 안 들 수가 없다. 이리 나와도 흥, 저리 나와도 흥인 메뉴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내 마음에 드는 것들로만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것이다.
어제 산 토마토와 루꼴라, 로메임에 직접 만든 리코타 치즈, 당근라페까지. 대단한 것은 없어도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 몇 가지의 변주를 두고 집에서 먹었던 것들이 번갈아가며 도시락에 담긴다.
도시락 뚜껑을 열면 마치 매일 선물 상자를 여는 것만 같았다. 그 일이 두근거리고 설레서 먹는다는 행위는 뒷전으로 밀릴만큼 좋았다. 행복은 참 여러가지 모양으로 생각지도 못한 곳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온다. 회사밥을 안 먹으면 괜히 귀찮아지고 일만 많아지는게 아닐까 싶었는데 현재로서는 대만족이다.
생각지도 않게 매일매일 선물을 받게 될 줄은 정말로 몰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