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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Oct 09. 2020

지금 우리에겐 '순수함'이 시급합니다?

"순수함이 뭔가요?"


순수함에 대해 생각해보라 한다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하얀색, 종이, 아이, 백옥? 그럼 순수함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실에 찌들지 않은 모습? 아직 옳고 그름을 판별하지 못하는 상태? 아마 각자가 생각하는 것들은 각기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철학자들이 통일시켜 놓은 순수함의 의미를 마음속에 품어두면 좋을 듯하다. 




그들은 인식 주관의 순수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순수라는 게 뭘까? 우리는 순수한 사람들을 보고 ‘아직 현실에 찌들지 않았네~’라고 말한다. 그럼 현실에 찌들었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자본주의의 권력은 돈에 있다며 악착같이 일하는 사람,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손해가 되는 일은 어떻게든 피하려는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바쁘다는 이유로 눈 한 번 질끈 감고 지나가는 사람 등등.  


생각해보면, 순수하지 않다는 건 ‘나’와 ‘나 이외의 것들’ 사이의 관계만을 생각하려는 모습을 뜻하는 것 같다. 그럼 반대로, 순수하다는 건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이를 좀 유식하게 바꿔보면, ‘인식 주관의 순수화’라는 말이 된다. 이때 ‘인식 주관’이란, ‘의식’을 뜻하는데, 한 마디로 ‘내가 의식적으로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사람은 내면에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형성한 세계에 충실하냐, 그렇지 않느냐가 늘 문제가 된다.” -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내가 제시한 것처럼 생각했던 사람들이 있다. 근대 철학자인 칸트와 헤겔이다. 그들은 ‘순수’를 인식 주관인 ‘인간’과 연결 지어 생각했다. 특히, 어떻게 살아야 올바르게 사는 것인가를 놓고 생각을 띄우곤 했는데, 이때 ‘자신을 생각의 대상으로 놓는 것’ 즉, 인식 주관의 순수화를 중요시한 것이다.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새로운 감탄과 함께 마음을 가득 차게 하는 기쁨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별이 반짝이는 하늘이요, 다른 하나는 내 마음속의 도덕률이다. 이 두 가지를 삶의 지침으로 삼고 나아갈 때, 막힘이 없을 것이다. 항상 하늘과 도덕률에 비추어 자신을 점검하자. 그리하여 매번 잘못된 점을 찾아 반성하는 사람이 되자.” - 임마누엘 칸트


칸트는 의식할 줄 아는 주체라면 마땅히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반성’과 ‘성찰’을 강조했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막힘이 없고 기쁨을 얻을 것이라고 말이다. 결국 우리는 끊임없이 반성하고 성찰해서 기쁨을 얻고 바람직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어떻게 하면 ‘인식 주관의 순수화’가 각성될까?


“어떤 경우라도 ‘내가 무엇을 한다’, ‘내가 이렇게 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착이다.” - 대행 스님, <한마음 요전> 수행편 ; 관념의 타파 중에서


‘삼매경’이란 단어는 세 가지(주체, 객체, 그리고 둘 사이의 관계)가 애매한 경지에 있다는 뜻을 지닌다. 다른 말로는 의식하고 있는 것을 미인지할 정도로 몰입한 상태를 뜻한다. 독서를 하고 있다고 해보자. 삼매경에 빠진 상태는 나 자신이 책을 읽는 주체인 ‘나’, 대상인 ‘책’, 한 줄 한 줄의 ‘의미’들을 의식하지 않고, 그저 주욱 읽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라야만이 진정한 무아지경의 배움이 이뤄진다. 어느새 시간이 훅 지나있던 때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수월할 것이다. 이처럼 ‘인식 주관의 순수화’도 ‘삼매경’을 통해 각성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인간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지식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하면 악을 멀리하고 선을 더 많이 행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 르네 데카르트


우리는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 실현을 통해서만 참된 인간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참고하길 바란다. https://brunch.co.kr/@rywns741/89 ) 


문제는 최근 우리는 온갖 현실상황에 찌든 채 각자의 ‘이기심’이 강화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삶은 일시적으로는 부를 가져다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랑을 고갈시키고 만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티가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음을 나누던 이들이 하나 둘 떠나게 된다. 심지어 이런 사람들은 그들이 떠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이기심 삼매경’에 빠졌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반대로, 오늘 한 실수를 다음날 바로잡을 줄 아는 사람, 오늘 내게 무례를 범했지만 다음날 직접 와서 사과를 건넬 줄 아는 사람, 눈 앞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줄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먼저 인식 주관으로서 ‘순수함’을 갖추도록 해보자. 하루하루 일기를 쓰던, 자기 전 5분 생각에 빠져보던지 하루를 반성(‘그때 왜 그랬을까..’)해보고 성찰(‘앞으론 하지 말아야지’)해보자는 말이다. 이들이 반복되고 습관이 된다면 어느새  ‘순수함 삼매경’에 빠지게 되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바람직한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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