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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Oct 16. 2020

욕망, 그리고 버려야 할 것

“너는 왜 외로워하면서도 막상 연애를 안 하는 거야? 결혼은 언제 하려고?”

한 선배가 내게 물었다.

“음.. 어느 정도 삶의 안정기에 접어들면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자리 잡는 게 우선인 것 같아서요.”

“아이는 키우고 싶어?”

“네.. 근데 지금은 꼭 결혼을 해야 할까, 아이는 입양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럼 너희 가문은 대가 끊겨도 상관없어?”

“잘 모르겠어요. 그냥 요즘은 대를 잇기 위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건 낡은 관습이 아닌가 싶어요. 아이는 입양해서도 키울 수 있잖아요. 그럼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을 것 같은 걸요?”


우리는 옛날부터 결혼과 출산을 장려해왔다. 그리고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별종', '철부지' 등으로 취급되곤 했다. 이런 특이한 문화는 차치하고, 대체 왜들 그렇게 결혼과 출산에 대해 강요하는 걸까? 사실 이는 생명의 본성과 연관되어 있다. 바로 "욕망"이다.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개체 보존의 욕망을 지니게 되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멸종을 면하기 위해서다.

 

욕망의 정의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 자크 라캉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욕망하며 살아간다. 재물을 쌓아서 하고 싶은 걸 다 하며 살고 싶은 욕망. 명예를 얻어서 존경받고 싶은 욕망.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서 애정을 충족시키고 싶은 욕망 등. 우리 삶에서 욕망이란 게 없다면 '흑백 세상, 무소음 세상과 똑같지 않을까'싶기도 하다. 그런데 대체 욕망이 뭘까?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욕망을 '부에 대한 갈망을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부'는 재물이나 명예, 애정과 같이 있으면 행복해지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욕망은 삶의 의욕이나 활력을 준다. 예를 들면, 재물을 얻기 위해 몸을 불사르면서도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명예를 얻기 위해 남에게 봉사하는 살신성인의 능력을 보이기도 한다. 또 어떤 때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남으로써 삶의 의욕을 얻게 될 수도 있다.(사랑을 시작하면 세상이 밝아 보인 경험을 떠올려보라!)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이러한 욕망들은 '타인의 욕망'인 경우가 대다수다. 사회적 시선 때문에 가족이 원해서 가는 '대기업', 하라고 해서 하는 '결혼'. 20세기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이면서 철학자인 자크 라캉이 했던 말처럼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욕망의 소금물 이론

 

욕망은 결핍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옛날, 인간이란 종족이 소수일 때 우리는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서 번식을 해야 했다. 이것이 지금의 '번식욕'이 된다. '가진 자가 힘을 가진다'는 말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재물'이 곧 '권력'이다. 오늘날 대기업의 부조리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범법을 저지르더라도 벌을 받지 않는 사회 현상을 보라.) 또한, 현대 사회는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하고 싶은 걸 다 함으로써 행복을 얻기 위해 '물욕'이 대단히 높아졌다.


“욕망을 갖는 일은 소금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 부처


문제는 이러한 욕망들은 100% 충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충족하면 할수록 더 부족해진다. 즉, 욕망은 욕망을 낳고, 우리는 끝없이 욕망을 욕망하게 된다. 생각해보자. 주식을 통해 '돈의 맛'을 본 사람들이 그만두는 걸 본 적 있는가? 혹은 그토록 이윤을 많이 얻은 기업들이 '이윤 추구'를 그만두지 않는 것은 어떤가? 물론, 사회적 기업으로의 방향 전환을 하는 기업들이 수두룩하지만, 회사가 망하지 않는 이상 이익을 거둬들이는 것을 그만두진 않는다. 도박을 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도 좋다. 도박꾼들도 '돈의 맛'을 한 번 들이면,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렇게 '한 번만 더.. 딱 한 번만..'이란 생각과 함께 나락을 맞이한다.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선 욕망을 어떻게 해야 할까

 

“라캉의 가르침은 이것이다. 욕구 충족 만으로는 행복을 얻을 수 없다.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려면 사상과 이상을 좇으며 살아야 한다. 자신의 인생을 욕망으로 달성한 것들로만 평가하지 말고, 성실, 동정심, 합리성, 자기희생의 순간으로 이룬 것들로 평가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이들의 삶을 통해서니까.” - 영화 <데이비드 게일> 중에서

 

우리가 본능적으로 가지게 되는 욕망, 어떻게 하면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을까? 자크 라캉에 따르면 욕망은 자신의 삶을 평가하기에 좋은 척도가 아니다. 욕망으로 만들어진 결과물들은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족감', '결핍', '낮은 자존감'만 초래할 뿐이다.   

대신, 그는 우리에게 고귀한 무언가를 행함으로써 삶의 가치를 높이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우리는 타인을 통해 스스로의 훌륭함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다. 예를 들면, 타인을 돕는 행위나 불합리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이 희생하는 일들 말이다. (‘훌륭함’에 대해선 다음 글을 참고하면 좋다. https://brunch.co.kr/@rywns741/89 )


결론적으로, 우리는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욕망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강박적인 욕망도 이제 그만 내려놓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무조건적으로 ‘하면 안 된다!’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일종의 ‘의무감’이나 ‘강압’ 때문에 억지로 해내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가지려는 생각, 쌓아 두려는 욕심에는 한계가 있으니 크게 버려라.   마음엔 한계가 없다.  성품은 그처럼   곳에서 스스로 발현되는 것이다.” - 대행 스님, <한마음 요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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