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볼 때 속내를 유추해보는 걸 즐긴다.
연필을 봐도 기다란, 육각 모양인, 검정 흔적을 남기는 무어처럼 피상적인 것 말고. 상황에 따라 이름을 남겨주는, 예술을 창조하는, 마음을 전해주는 속내를 읽어보는 거다. 사물에 비친 빛을 보며 삶이 바뀌었다던 모네처럼. 길이, 거리, 색상 따위의 것이 아니라 햇볕을 어느 각도로 쬐는지, 구름이 얼마나 끼었는지, 어느 물건 옆에 있는지에 따라 바뀌는 반사광을 상상해보면서.
사람을 볼 때도 비슷하다. 지그시 들여다보고 있으면 풍겨오는 특유의 향을 즐긴다. 자신을 사랑하는 기분 좋은 향. 타인은 사랑하면서 정작 자신은 돌볼 줄 모르는 싱거운 향. 타인을 높여주려는 향기로운 향. 타인을 낮추고 자신을 높이려는 텁텁한 향.
새삼스럽지만 단연 으뜸은 당신의 향이다.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서 시선이 잡아 끌렸던 일. 우울한 감정도 당신의 웃음을 보면 금세 사라졌던 일. 농담 한 마디씩만 주고받아도 그날 할 일을 다 한 듯 뿌듯했던 일. 이런 일들을 곱씹어보면 당신에게선 담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모마일 향이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