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량

by 금교준

자연스러운 시선은 고개가 아래를 향한다. 정면을 보려면 목덜미에 힘을 줘야 하고. 날씨가 쓸쓸한 날 바닥을 쳐다보게 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려나. 어깨가 낮아지는 것도 비슷한 이치겠지.


어제는 참 아픈 날이었다. 덕분에 고개는 바닥을 향했고. 소화가 안 됐나. 갑작스러운 추위에 몸이 얼어붙었나. 이른 토악질과 살을 에는 느낌이 온몸을 덮쳤다. 혼자 견뎌야 하는 아픔은 일 년 동안 느낄 외로움을 한데 엮어놓은 느낌인데. 그나마 새로 알게 된 소식이 있다면, 아픔에 사랑이 더해지면 전혀 다른 무어가 된다는 것이다.


누워있고만 싶을 때 사랑은 이불을 여며주곤 죽을 쑤어준다. 이렇게 해야 금방 기운 차릴 수 있다면서. 아 애정 어린 손길을 타면 살을 에는 느낌도 애틋한 무어가 되는구나.


애틋함의 발원지가 보고 싶어 목덜미에 힘을 준다. 시선을 옮기는 데 성공하면 사랑이 그득 담긴 걱정 어린 눈빛을 마주하게 되고. 아 사랑을 받으면 아픔도 소중한 무어가 되는구나.


나름대로 사랑의 정의를 추가한다. 아플 때 더 너르게 느껴지는 것. 그러곤 사랑의 너비를 측량할 방법도 정의해본다. 아파볼 것. 애정 어린 손길을 느껴볼 것. 사랑이 짙은 눈빛을 마주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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