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것들을 떠올린다. 정확히 말하자면 좋았을 때 어떻게 했더라 같은 것들. 즐거워요라던가 행복해요라던가 사랑해요 같은 것들. 온갖 추상적인 것들로 말풍선을 근근이 채워내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표현마저 가난했던.
추상은 실존이 되지 못해서 열에 아홉은 하늘만 둥둥 떠다니는 게 문제다. 뭐, 하나 정도는 이상을 믿는 사람 한 명쯤 실존한다 믿어줄지도 모르고. 정작 누가 와서 정말 좋은 게 맞느냐고 물으면 뭐라 할 변명거리는 없겠지만.
문득, 이왕 추상으로 표현할 거면 추상적인 걸 덧대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찾은 게 은근이라는 말. 은근하다 라는 말에는 [정취가 깊고 그윽하게]라는 의미가 담겨있다던데, 그럼 열에 둘 정도는 실존하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늘어난 건 하나지만 체감상으론 두 배의 효과를 내는 거지. 그렇게 하나씩 더 진심을 담을 수 있게 되는 거지.
그래. 다음부턴 표현만이라도 부유하게 해 보는 거야. 이거 은근히 즐겁네요. 은근히 행복해요. 그리고 당신을 은근히 사랑합니다. 그러니까 그냥 하는 말보다 두 배만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