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떡볶이집

by 금교준

여기는 대학로입니다. 이곳에 올 때면 종종 오래된 떡볶이집을 찾던 사람이 생각납니다. “여기 옛날 떡볶이집이 있는데, 그렇게 맛있대.”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비좁은 골목 안으로 나를 끌고 가곤 했습니다. 그 안에 꽁꽁 숨겨져 있던 떡볶이집. 그곳은 한 시간의 웨이팅이 필수였던. 대기 번호가 십 번대를 웃돌던. 매운 향보다 단 케첩 향이 나는 정겨운 맛이 도드라지던 곳이었습니다.


그녀와 나는 대학로 곳곳을 걷기도 했습니다. 둘 다 걷는 일을 좋아한 덕입니다. 큰 거리에 서면 바로 보이는 고깃집, 플랩 방식의 사진관, 일 층에 보세 옷가게가 있던 영화관. 우리가 자주 들렀던 장소입니다. 아, 사진관은 눈으로만 둘러보곤 했습니다. “다음에 이곳에 와서 꼭 찍자.” 자주 했던 약속입니다. 이게 여즉 생각나는 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건 종종 떠오르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아릿한 기억 속에 나름 즐거웠던 장면도 따라붙곤 해서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하는 거였습니다.


여기저기 걸었습니다. 떠오른 김에 옛날 떡볶이집을 찾아보잔 생각에서였습니다. 이쪽 골목, 저쪽 골목.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때 갔던 좁은 길목도 어딘지 분간이 안 가는 겁니다. 그건 추억이 된 장소를 더 이상 좇을 수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없다는 말. 가을에 낙엽을 밟지 못한다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주는 여운을 일부 느끼지 못하게 됐다는. 가슴 한편이 허전한 느낌을 주는 말.


아쉬움이 깃든 기억들은 불현듯 떠오릅니다. 그런 순간이면 감정이 격해지기도 해서 온갖 추억들에 빠지곤 하죠. 특정 장소나 음식 같은 것들을 보는 날엔 그리움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생성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고, 나는 대학로를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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