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복사해드립니다.’ 열쇠점은 처음이었다. 얼마 전, 작업실 출입문 키를 잃어버린 탓에 여분을 만들어두자는 생각에서 간 거였다.
열쇠를 복제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열쇠 복사기를 활용하면 된다. 기계 양쪽에는 금속을 끼울 수 있는 바이스가 있다. 한쪽에는 복사할 열쇠를 놓고, 반대쪽에는 통짜 모양의 뭉툭한 열쇠를 끼우는 식이다. 복사하는 쪽에는 키 모양을 따라 바이스가 움직이게 해주는 장치가 있고, 다른 쪽에는 금속을 가공하는 절삭기가 붙어있다. 절삭기를 작동하고, 두 쇳대가 고정된 바이스를 양옆으로 밀고 당기기만 하면 복사가 된다. 그저 밀고 당기는 일. 그만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복사한 열쇠를 들고 작업실로 향했다. 버스정류장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한산한 카페에서 유튜브를 보던 아르바이트생. 알코올 향을 풍기며 비틀거리는 셔츠차림의 남자. 한껏 꾸미고 나와선 언성을 높이고 있는 남녀. 사람들의 모습이 오늘따라 침울해 보였다. 날이 흐려서인가. 습한 냄새가 났다. 별안간 남녀의 말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지금이 몇 시야. 왜 이제 와서 기다리게 해?” “원래 이 시간에 만나기로 했잖아. 먼저 나와 놓고 왜 그래.” 영락없는 사랑싸움이었다.
문득 자주 다투다 기어코 헤어진 사람이 떠올랐다. 그녀와 나의 사랑싸움은 대부분 사소한 걸로 시작했다. 어디서 만날지, 뭘 먹을지, 데이트 코스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지. 그런 것으로 운을 떼어 다시 볼지 영영 안 볼지로 귀결됐다. 이별을 입에 담기도 했던 거다. 그래 놓고 다음 날이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서로에게 애교를 떨었다. 상대방을 자신에게 맞추려는 행동의 일환이었다. 사랑할 때 밀고 당기는 일이 뭐냐고 물으면 그녀와 내가 했던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당시에 주변 사람들이 힘들지 않으냐 했을 때, 나는 ‘그래도 이런 연애, 지루하지 않아.’라고 답했다.
그녀와 남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질려서. 나도 그녀도 고집스러운 사람을 억지로 바꾸려는 일에 지친 거였다. 반복되는 언쟁과 어느새 좋은 사이가 되어있는 것처럼 앞뒤가 다른 사랑, 그런 건 식었다는 이유로 끝났다.
밀고 당기면 똑같아지는 것. 사랑이 그런 거라고, 간단한 거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다. 그때를 생각하면 그러지 말 걸, 이 문장이 머릿속을 맴돈다. 아무래도 사람은 호흡한다는 사실부터 열쇠와는 영 다른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