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언저리에 흉터가 생겼다. 잘하려다 생긴 화상 자국이었다. 일터에는 사십 가지가 넘는 빵이 있는데, 진열된 것들이 다 팔리면 갓 나온 것들로 제때 채워넣어야 한다. 공백이 길수록 매출에 적잖은 영향을 줄 테니까. 설상가상으로 막 구워진 게 잔뜩 담긴 쟁반은 살짝 만지기만 해도 생채기가 생길 정도로 뜨겁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사실은 잊기 쉬운 법이었다. 나는 무심코 손을 가져다 댔고, 그게 이번 사건의 원흉이었다.
상처 부근에는 장미 타투가 있는데, 둘의 크기가 얼추 비슷했다. 누가 보면 타투인 줄 알겠네. 이런 상황은 좋지 않았다. 애써서 짐만 될 수 있었으므로. 아니, 이미 그렇게 된 기분이었다. 종종 마음만 앞선 행동은 신체나 정신에 일정량의 충격을 동반한다던가. 어지러웠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는 행동은 나쁘지 않지만, 막무가내인 건 건강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준 사람이 있다. 수현이다. 그녀는 눈이 땡글땡글하니 보석 같았다. 코는 매력점이 있어서 자꾸만 시선을 앗아가는 특징이 있었다. 입술은 뭘 바르는 건지 볼 때마다 촉촉했다. (체리 향이 났다) 누구든 한번 만나면 금세 관심을 가질 상이었다. 오빠, 왜 고백 안 해요? 우리가 연애하기 시작한 날에 그녀에게 들은 말이었다. 그녀는 그런 저돌적인 말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속수무책. 내게 딱 어울리는 고사성어였다.
오늘이 우리 엄마 생신이에요. 수현이 보낸 문자였다. 그렇구나.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답장을 보내곤 꽃집에 들어갔다. 40대 후반이면 어떤 꽃을 좋아할까요? 지금이 10월이니까 흰 소국도 좋아. 진실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꽃집 주인은 능숙하게 답했다. 소국이라. 축하를 전하기에 적당해 보였다. 나는 꽃다발을 사고는 그녀의 집 방향으로 걸었다. 밤공기가 쌀쌀했다.
수현의 집 근처에는 공원이 하나 있었다. 가로지르면 이십 분쯤 걸리는 곳. 그곳을 지나며 생각했다. 좋아하셔야 할 텐데, 그랬으면 좋겠다, 아냐, 부담스럽지만 않았으면. 그러다 그녀의 집까지 오 분 남짓 남았을 때 문자를 보냈다. 어머님 드릴 꽃 사 왔는데 잠시 나와 볼 수 있어? 십 분, 삼십 분, 한 시간... 좀 더 지나고 답이 왔다. 왜 그랬어요, 우리 엄마 꽃 싫어하는데. 그거 그냥 버려요.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찬물이 손목 부근을 간헐적으로 찔렀다. 오늘따라 설거지 거리가 많은 느낌이었다. 흉터 부근이 따끔할 때마다 그.냥.버.려.요. 그 문장이 귓속을 긁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