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 브라우니

by 금교준

이런 꾸덕꾸덕한 식감이 좋아. 초코 브라우니는 이래야 맛있어. 수현은 그런 말을 즐겨했다. 나는 그녀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것과 비슷한 초코 브라우니를 빈번히 찾았다. 아끼는 연예인이 선호하는 음악을 따라 듣게 되는 것처럼. 그녀를 만나면서 갖지 않았던 습관이 몇몇 형성됐다.


하나는 자주 가는 꽃집이 생겼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안개꽃, 수국, 장미. 수현은 그런 것들을 아주 예뻐했으므로. 그런 건 기념일이 아닌 날에 받아보는 게 감동을 더했으므로. 지금도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에 수시로 들렀던 꽃집이 기억난다. 몇 가지를 고르면 각각의 꽃말을 말해주는 사장님이 계셨던 곳. 그중에서도 두어 가지를 더 추리면 크라프트지로 둘둘 싸맨 꽃다발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외형이 수수함을 연상시켰던 연고로, 그녀가 받아 들 때마다 나는 진심을 온전히 전하는 기분이 되곤 했다.


수현은 내가 준 꽃을 거꾸로 매달아 드라이플라워로 만들었다. 어떤 날엔 예쁜 꽃병에 담아 다시 내게 줬다. 이거 당신이 선물해준 꽃이에요. 책상 위에 꽃병이 하나둘 늘어갈 때마다 생각했다. 우리는 누군가 점지해놓은 짝일지도 모른다고. 그맘때 썼던 다이어리가 온통 그녀 이야기로 채워져 있는 건 그 탓이다.(탓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마음이 너무 아릴까 봐 펼치지도 못하는 물건이 되어버린 까닭이다) 이 사람과는 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그땐 가졌었다.


또 하나는 그즈음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건데, 마침 작문 과제를 주는 교수님을 만난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책을 좋아해요. 달마다 들르는 서점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녀가 좋아할 구석이 내게 하나라도 더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작용한 걸지도 몰랐다. 정작 지은 글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그렇게라도 하면 내적으로나마 그녀가 선호하는 사람에 근접하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


생각해보면 문제의 시작은 나였다. 나는 죽어있는 식물도 썩혀버리고야 마는 습성이 있었다. 수현이 준 꽃병에서 벌레가 떨어지는 걸 목격했을 때도 방치하는 것 빼고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었다. 꽃병을 치운다거나 꽃을 솎아내는 등의 작은 행동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후로도 마른 꽃은 피 흘리듯 벌레를 떨구며 자꾸만 시들어갔다.


마찬가지로 수현이 서운함을 토로했을 때, 순간을 무마하려고만 했지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더하진 않았다. 매번 같은 문제로 속상하게 만들고 같은 방법으로 달랬다. 그럴 의도는 없었어, 미안해. 그땐 서운함이 좋아함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도, 잘 달래어 넘어가는 게 사랑이라는 명목 아래 상대방을 옥죄는 거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녀가 그만하고 싶다, 고 했을 때의 입술 모양이 선연하다. 외롭고 쓸쓸한 모양. 굳게 다짐한 듯 딱딱한 모양. 이런 꾸덕꾸덕한 식감이 좋아. 나는 그녀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런 식감의 초코 브라우니를 빈번히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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