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쌈

by 금교준

요즘엔 하루에 두 끼니를 챙긴다. 저녁에 한 번, 밤에 한 번. 오후부터 새벽까지 일하는 생활 패턴이 자리 잡힌 탓이었다. 별안간 시계를 보면 새벽 두 시가 넘어가 있는 일상이 매일 반복된다. 내심 프리랜서로서 휴일이 없는 건 당연하다 여겨본다. 매일같이 통장 잔고를 걱정하는 것도. 이런 삶은 꽤 예민한 부분에 부작용을 야기할 텐데, 싶었다. 살.이.붙.을.텐.데. 안 그래도 얼마 전에 거울을 봤는데 곰처럼 덩치 큰 동물이 단박에 떠올랐다. 이러다 팔뚝에 한 타투도 일그러지는 거 아닌가 몰라, 했다. 그건 조금 더 속상할 거였다.


체중계에 올라섰다. 살이 좀 붙었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지 2주나 지났는데. 나는 본래 한번 살을 빼기로 마음먹으면 기필코 감량하고 마는 성정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은 그걸 증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새삼 사람은 항상 한결같을 수 없다, 고 합리화한다. 그래, 어쩌면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같은 것들은 평생 뺄 수 있는 총량이 정해져 있는 걸지도 몰라. 나는 그들을 지금보다 어렸을 때 모조리 태워버린 거지.


그러고 보니 다이어트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사람이 있었다. 지금도 종종 그리워하는 인물. 그녀와 만나는 날에는 한 끼 정도는 굶을 생각을 해야 했다. 어쩌다 고기를 먹게 된 날이면 상추 하나만으로 고기를 싸 먹던 그녀의 모습이 선연하다. 그녀가 살.이.붙.을.까.봐. 하면서 짓던 표정과 건조하게 씹히는 맛을 가진 고기쌈. 사랑하면 살이 찐다던 말도 그녀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나는 식탐이 많아서 누군가를 곱씹기로 작심하면 같이 먹었던 것들이 그려지던데. 그래선가. 그녀를 떠올리면 복기되는 게 몇 없다. 그나마 상추만 돌돌 싼 고기쌈 정도. 아, 하나 더 기억난다. 그녀의 몸 전체가 별로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를 풍기던 날. 그녀는 내 앞에 있고. 상추엔 고기만 덩그러니 올리고. 표정은 차갑고. 옆 테이블의 젓가락 놀리는 소리만 들리던.


요 며칠간은 무언갈 머릿속에 두고 굴릴 때마다 아팠던 기억들이 보인다. 그런 것들은 매번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성질이 있었다. 이렇게 된 거 밤은 물 건너갔고 아침을 기다려야겠지. 아무것도 없는 천장을 바라보며 살.이.붙.을.텐.데. 하고 웅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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