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혓바늘이 돋으면 혀를 생각하게 된다고 한 것처럼 겨울이 되니 지난 일을 곱씹어보는 순간이 잦아졌다. 이맘때 뭔가 잃은 일이 많았으므로. 설상가상으로 손끝에 특정 촉감으로 저장된 기억도 있었기 때문에. 장갑을 잘 끼질 않는 버릇마저 그들을 상기하는 상황을 곧잘 만들었다. 이를테면, 악력을 쓰지 않은 손을 꼭 붙잡았던 일 같은. 영하의 공기보다 더 쌀쌀했던 촉감 같은.
오래된 잠버릇이
당신의 궁금한 이름을 엎지른다*
어떤 시인은 그럴 때마다 내가 취하게 되는 행동 양상을 문장의 형태로 명기했다. 손끝으로부터 누군갈 떠올리는 날마다 밤낮이 바뀌어버리는 행태를. 밤새 어떤 이름을 자꾸 부르다 입술이 부르트는 일을. 그러니까 책 좀 그만 읽어요. 했던 목소리가 회고된다. 그런 걸 읽고 나면 감정에 너무 침몰해버리는 것 같다고, 자신도 덩달아 휘말리는 기분이라고. 이처럼 한번 시작하면 끝없이 물고 늘어지는 거. 겨울의 기억이 가진 특징이었다. 더구나 요즘 따라 극성인 한기마저도, 그걸 쏙 빼닮았다.
손님이 전부 빠져나가 고요해진 카페 내부를 둘러본다. 이른 시간부터 어두워진 바깥의 하늘과 초록빛을 겨우 유지 중인 식물들을. 텅 빈 좌석과 미처 치우지 못해 어질러져 있는 테이블을. 수족냉증이라고 말하던 그 애의 붉은 입술을. 손난로를 쥐듯이 내 손을 감싸 쥐던 작은 손등을. 손끝이 스칠 때마다 끌어안고 붙잡던 가냘픈 손가락을. 아무 힘도 주지 않던 그 애의 얼음장 같던 손을. 기억한다.
나는 그때 좋아했던 노래를 못 불러. 발을 붙이지 못하는 영화관도 생겼어. 언젠가 우연히 지나치게 됐을 때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렸던 지하철역도 있어.
앞으로 몇 달은 해가 더 짧아지겠고 겨울은 깊어질 것이다. 나는 여전히 장갑을 멀리할 테고, 밤마다 누군가의 이름을 엎지르는 날이 잦을 거였다. 아무것도 감싸지 않은 손이 시리다.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박준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