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by 금교준

일생에 한 번뿐인 생일을 만들어주겠다던 목소리를, 나는 떠올린다. 당신이 좋아하는 거 있잖아요, 그거. 그러니까 나는 지금, 연남동의 작고 낯선 책방에서 생일 책 카테고리로 묶인 평대를 둘러보고 있는 이 시점에, 왜 그 애가 생각나는가에 대한 해답을 가늠해보고 있는 것이다. 그 애는 뭘 말하든 진짜 의미를 문장에 꼭꼭 숨기는 걸 좋아했다. 직접적인 것들은 너무 날카로워서 어떤 방식이든 상처를 낼 수도 있다는 거였다. 의미심장한 편이었지. 자체적으로 단어 사전을 만든다던 사람들처럼 나도 그 애의 이름을 딴 수첩을 하나 지어 들고 다녀야 하나, 싶었다.


특별함을 생일을 맞은 사람에게 선물하세요. 주광색 조명 맡에서 문구가 낯익게 읽힌다. 그 아래 적힌 설명에 따르자면 선물은, 같은 날 태어난 작가의 책이나 같은 날 출간된 것, 같은 날 태어난 인물에 대한 것이었다. 뒤쪽에는 특정 월과 날짜가 조리 있게 적힌 갈색 상자들이 책장에 잔뜩 진열되어 있었다. 안에 무슨 책이 있는지는 볼 수 없었다. 괜스레 가슴이 뛰었다. 그런 게 보통 이상의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 애의 눈을 들여다봤을 때도 그랬으니까.


유월의 한복판, 하지가 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우린 꼭 남이 되어야만 했는가. 여전히 모른다. 남은 것은 겨울이 됐으니까 여름이 그립다는 사실과 그 애가 남긴 문장에는 분명 어떤 감정이 실렸을 거란 짐작이었다. 당신이 좋아하는 거 있잖아요, 그거. 나는 책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기억을 좋아하고 너를...

한 쌍의 커플이 서로의 생일을 맞춰보고 있었다. 네 생일이 기억나지 않아. 그때 수첩을 하나 지어뒀어야 한다고,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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