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과 저녁을 함께 먹고, 점심마다 짬을 내어 목소리를 듣고, 밤엔 유튜브를 틀어둔 채 낄낄대고. 당신과 아무 근심 없이... 마냥 좋았던 시절을 생각한다. 그날, 바깥엔 하양이 가득한 눈밭이 자취를 뽐내고 있었다. 그 동넬 자주 걸어 다녔지. 돌로 가득 쌓아둔 대문과 제설이 필요한 도로, 한적한 분위기. 그런 것들이 모여 우리가 철 지난 캠퍼스에 들어섰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당신은 그곳의 눈을 아이처럼 밟았다. 소복한 소리를 내면서 발자국을 관찰하는 폼이, 순수했다. 작은 몸을 가졌으면서 어디 한 군데 모난 곳이 없었다.
그때 당신이 해준 이야기를 기억한다. 안은 채로 좀 울었다. 괜스레 하늘을 쳐다보거나 모르는 나무의 종류를 맞춰보거나 눈덩이를 이리저리 굴려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는 당신 앞에서 나마저 연약한 모습을 보이면 당신이 설 곳이 없을 것 같았다. 그때만큼 당신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리라고 다짐한 적이 없다. 그때만큼 믿음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망한 적이 없다.
I like watching you go.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그런 가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당신은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오늘은 어떤 게 당신의 가느다란 발목을 붙잡았을까. 어떤 음식이 가슴께를 꽉 막아 숨을 가쁘게 만들었을까. 겨울의 한복판에서 떠오르는 것들은 왜 죄다 당신과 관련된 것들일까. 당신에게 남겼던 마지막 문장이 잘 지내, 가 아니라 가끔 힘들면 기대도 좋아, 였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봄 하면 사랑이 떠오르고, 여름 하면 계곡이 떠오르고, 가을 하면 낙엽이 떠오르는 것처럼. 겨울 하면 나는, 당신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