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다. 바야흐로 겨울이 왕성하던 시기에. 연애라는 것이 으레 그렇듯 그녀와 나는 다툼과 화해를 몇 번 반복했다.
우린 종종 사소한 것들에게 목을 졸렸다. 그 순간만큼은 전혀 사소하지 않은 것들. 기대하는 바가 클수록 더 실망하게 된다는 말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내뱉은 작은 목소리는 귓전으로 굴러 들어와 자신의 너비와 폭을 넓혔다. 달팽이관을 꽉 채워 터뜨려버릴 정도로. 그렇게 쌓인 문장들이 뇌로 가는 혈관들을 모조리 막아버리는 식이었다. 미워하고 억울해하고 고뇌하고 아파하는, 일련의 과정이 순서를 밟았다. 그러다 마침내 체념의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이번에도 나는 실패했구나. 나는 누군갈 사랑할 자격이 없는 걸 수도 있겠구나. 그런 비관에 빠지는 것이다. 다시 혼자가 된 상황을 그린다. 일 인분의 밥을 먹고, 커피는 한 잔만 주문하고, 영화표를 한 장만 끊고.
그렇게 혼자가 되는 일을 상상하다 보면 내 지난 모습들이 필연적으로 뒤를 잇는다. 이해해달란 말을 하면서 되려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던 일, 있는 그대로가 좋다고 했으면서 그녀를 교정하려 했던 일. 온통 내가 저지른 만행들이 연달아 떠오르는 것이다. 그런 것들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죄책감으로 나를 짓누르기 때문에, 나는 좀처럼 고개를 들 수 없다. 틈을 주지 않고 그녀의 모습이 뒤를 잇는다.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싱글 침대 위에서 색 바랜 티셔츠를 입은 채 울고 있을 그녀가. 감퇴된 식욕 탓에 먹다 남은 죽을 두고 구역질을 하고 있을 그녀가. 내가 없는, 그 쌀쌀하고 어두운 방의 모습이. 선연하다.
이별이 슬픈 건 네가 울고 있을 때 내가 그 자리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 언젠가 나는, 헤어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 <밤의 공항에서> - 최갑수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