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

by 금교준

그 애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교정기가 떠오른다. 승무원이 되려면 웃는 게 예뻐야 해. 다음으론 그 말이, 약간 높은 톤의 목소리로 뒤를 잇는다. 하루에 세 번씩. 꼭 거울을 보며 연습한다고 했지. 그래선가. 그 애가 웃으면 달이 중천이었어도 아직 박명이 가시질 않은 것처럼 일대의 공간이 순간 밝아졌다. 그 애의 입술에선 붉은 체리 향이 났다. 입과 입을 맞부딪힐 때마다 초여름이 된 것 같았다. 그만큼 진한 향이 나려면 오뉴월 제철이어야만 하니까. 마침내 얇고 차가운 무언가에 혀끝이 닿았을 적엔 온몸이 전기에 감전되듯 짜릿한 느낌이 분명 있었다. 오래 기억하려면 직접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는 말을 증명하듯. 그것은 혀끝을 통해 식도로, 폐와 심장으로, 온몸으로 퍼져 자리를 잡았다.


온몸으로 체감하는 방안은 추웠다. 기름을 붓고 불을 지피는 기계가 절기의 힘으로 공기가 차가워지는 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뜨거운 커피를 담아둔 컵은 금세 식었다. 입술을 대면 그 짜릿함에 몸서리칠 때가 종종 있다. 한껏 놀랜 입술은 또 한 번 그 애의 입속을 끄집어내고, 나는 그때의 기억을 몇 번이고 곱씹게 된다. 이 현상은... 말하자면 불가항력이다. 모든 사물이 낡고 닳수록 연약해진다면, 기억은 나날이 힘을 더해가므로. 떠올리고 그러지 않고의 자유가 영 없다. 나는 그 애를 단단히 결속해뒀던 것에 빈틈없이 묶인 셈이었다.


이별하면 왜 후회하게 될까?


나는 그 답을 모른다. 다만 그 애를 떠나 나를 붙들고 있는 것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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