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대교

by 금교준

훌라후프 돌리는 방법을 이젠 익혔습니까. 아니면 그런 데에 소질 있는 사람을 만나 아이에게 그는 훌라후프를, 당신은 줄넘기를 가르치는 것으로 몫을 나눴습니까. 당신의 특기는 빨래였으니 청소와 설거지는 주로 그가 맡기로 정했습니까. 마포대교를 손잡고 걸으며 가정을 꾸려나갈 이야기를 여실히 주고받습니까. 그런 대화는 대체로 원만한 편입니까. 집에 돌아가면 단단히 뭉친 종아리를 서로 주무르고, 날개뼈와 쇄골 사이를 샅샅이 두드리기도 합니까.


마포대교를 건너게 될 때면 별안간 당신이 꿈꾸던 생활이 떠오릅니다. 겁이 많아서 기어코 택하지 못했던 그날의 우유부단함이 미운 날도 가끔 있습니다. 당신의 주변 사람들을 조금 더 좋아하지 못했던 나의 고집과 더 노력하지 못했던 과거가 부끄럽기도 하고요. 당신의 이름을 두고 자린고비처럼 며칠을 곱씹으면 아래로 아래로 침잠하게 될 뿐이라는 것을 알지만, 나는 멈출 수 없습니다. 애초부터 몰랐던 것과 한 번 알아버린 것은 영 다르더군요. 충동적인 감정을 잘 눌러둘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 그때는 왜 그리 어려웠는지... 아무튼 당신과 나 사이에 남아있는 어떤 연결 고리가 진부한 클리셰 때문에 자꾸만 머릿속에서 눈앞으로 튕겨 나오는 일이 좀 늘었습니다.


당신이 안 했으면 좋겠다던 일을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가 남이 됐던 늦겨울부터 다짐했던 일입니다. 글이 아니었으면 방 안에서 나올 생각을 못 했을 거였고. 길거리에서 당신의 뒷모습과 닮은 사람을 보고 그대로 주저앉아버렸을 때 다시 일어날 생각을 못 했을 테니까요. 이제는 다른 사람들을 일으키는 일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책상 위에는 닮고 싶은 작가들의 책이 두서없이 놓여있고, 책장에는 귀퉁이가 접힌 책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몸을 맞댄 채로 꽂혀있습니다.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어떤 작가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하더군요. 그것 때문에 상처 받고 그것 때문에 무너지고, 그러나 결코 그것 때문에 작별하지 않겠다는 말을 그는 적었습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문장을 그대로 따라 쓰는 것 정도겠지만, 한 문장씩 쓰다 보면 내 마음에 남아있는 우리의 연결 고리를 관통해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 정도는 전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이름이 자꾸만 생각나는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제 전철을 타고 당신과 영상통화를 하며 건넜던 한강을 운전해 지나갈 줄 압니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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