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생략에 관한 이야기다. 글에 생략된 부분을 표시할 때는 위치에 따라 이름을 달리한다. 3연으로 구성된 시를 예로 들면 1연을 숨기면 상략, 2연은 중략, 마지막은 당연히 하략으로 표기한다. 더 파헤쳐보는 것도 재밌다. 본래 생략은 전체에서 일부를 줄이거나 뺐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는 문자의 형태(‘중략’ 등)로 자주 볼 수 있다. 좀 더 들어가면, 의미 변화의 용도로도 쓰인다. ‘아침’을 ‘아침밥’ 대신 표현하는 경우다. 이렇게 어떤 단어가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되는 것을 생략에 의한 의미 변화라고 한다.*
생략은 내게 좀 각별하다. 부러 그것의 쓰임이나 의미로 서두를 시작한 건 그 때문이다. 정확히는 우연히 본문 일부가 생략된 글을 봤고, 그런 걸 좋아했던 애가 생각났기 때문에.
그 애가 자주 들여다보던 글에는 매번 생략된 부분이 있었다. 빠진 내용을 퍼즐처럼 맞춰보는 재미가 있어요. 그 애는 그 말을 습관처럼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고, 걔는 그런 나를 빤히 보다가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거울 신경 세포라고 하던가. 타인이 내 행동을 똑같이 할 때 활성화되는 세포가 있다. 당시의 나는 어쩌면 그거, 심장과 연결되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애가 갸우뚱했을 때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소리가 분명 들렸으므로. 쿵쿵하는 소리가 점점 빠른 박자로 들렸으므로.
또 한 번은 어떤 글을 내게 보여준 적이 있다. 같이 해볼래요? 그 물음을 듣고 (놀랐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던 게 기억난다. 그때 그 애는 생략된 부분을 노려보며 미간에 주름을 잔뜩 만들었다. 아주 열심이었지. 나는 질끈 문 입술과 동그란 콧볼, 위쪽으로 살짝 솟은 속눈썹을 보았다. 그 애가 잘 모르겠다며 연신 머리를 흔들었을 때 상쾌한 꽃 향이 퍼지는 걸 느꼈다. 어때요? 한껏 오기가 맺힌 목소리까지... 온통 내가 좋아하는 것들 투성이었다.
그 애가 크리스마스에 했던 말을 복기한다. 그때 할 말이 생길 때마다 목구멍을 삼킨다고 했지. 난 그때도 영 이해 안 된다는 표정을 곧잘 지었다. 굳이 모른 체한 건 그 마음을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그렇다고 말하면 네가 당장 뒤돌 것 같아서 그랬어. 크리스마스였잖아. 그날이 마지막인 줄 알았더라면, 뭐라도 말했더라면 좀 달라졌을까.
생략은 전체에서 일부를 줄이거나 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건 생략에 관한 이야기다.
* 국어사전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