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교준 Apr 17. 2022

사무실 증축

20대 목수의 생존일기 D+12

외장 목수로서 두 번째 현장업무는 사무실 증축이었다. 콘크리트로 세워졌던 건물에 목조로 증축을 하는 공사였는데 모두들 반기지 않는 눈치였다. 증축하면서도 콘크리트와 목재의 이질감을 지속적으로 느꼈다. 이런 공사가 종종 있다던데 아무래도 콘크리트보다 목조로 건물을 짓는 것이 상대적으로 빨라서, 가 이유라고 한다.


전체적인 공정은 일반 목조주택을 짓는 방법과 동일하다. 콘크리트 기초 위에 씰 실러와 방부목으로 토대를 세우고, 그 위에 벽체를 올린다. 이후 내부 벽체를 세우고 지붕을 만든다. OSB 합판으로 외벽과 지붕을 막아주면 전공정이 끝난다. 이번 사무실 증축에는 계단도 세웠는데 디딤판(밟는 판)과 챌판(칸막이, 계단과 계단 사이를 덮는 판)의 뼈대를 만들기까지 사다리와 비계를 아슬아슬하게 타면서 오르락내리락해야 했다. 아래 사진은 첫날 세운 1층의 모습이다.



이번 현장에서는 벽체를 직접 짜보기도 했는데 구조체마다 못 박는 방법이 달랐다. 어떤 구조체는 못을 수직으로 박고, 어떤 구조체는 모양상 빗겨 박는 핀못을 박아야 했다. 네일건이 무게도 그렇고 반동도 강해서 규정대로 못을 박는 것이 쉽지 않았다.(밥먹듯이 욕먹는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체감했다.)


2일 차에는 2층과 지붕 작업을 위해 비계를 세우고, 2층 벽체를 세운 모습이다. 비계 설치하는 인부들을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사실상 비계 자체도 굉장히 낡은 상태여서 접합 부분이 떨어진 비계가 많았다. 확실히 작은 회사의 공사라서 그런 것인지... 안전점검도 없었고, 하다못해 어떤 비계는 고리로도 고정되어있지 않은 채로 그저 올려만 놓인 것도 있었다.(현장에서 반양 생이라고 부르는 철사도 없었다.) 설치 모습을 보면 안심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실상을 목격하니 더욱 안전을 염려하게 된 순간이었다. 팀원들은 그것을 염두에 두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안전의식이 확실히 미약한 것 같았다. 


3일 차에는 2층 벽 위에 천장 장선을 올렸고, 외벽과 지붕에 합판을 부착했다. 목조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것은 첫째가 자재 옮기기, 그리고 두 번째가 천장 장선(지붕의 뼈대)을 올리는 일이었다. 장선으로 쓰이는 자재 자체가 다른 골조에 비해 두껍고 무거운 것도 한몫하지만, 길이 때문에 여러 개의 자재를 든 채 고정(조인트 해서 사용)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안전장치 하나 없이 사다리에 올라타는 사람, 뼈대만 있는 벽체에 몸을 맡긴 채 장선 끝과 끝을 체결하는 사람이 협동해야 겨우 하나를 올릴 수 있었다. 양쪽 벽체에 두 명, 중간에 사다리에 올라타서 자재를 잡는 사람이 한 명, 자재를 올려주고 내려주는 한 명까지 총 네 명이서 지붕을 올렸다. 나는 주로 자재를 옮기고 사다리에 올라탄 뒤 한 손으로는 자재를 받치고 한 손으로는 네일건으로 고정하는 일을 맡았다. 

천장 장선까지 올리고 나서 외벽과 지붕에 합판을 부착하면 외형적인 모습은 완성된다. 이후 벽체에는 하우스랩을, 지붕에는 방수시트를 덮어주는데 이는 목재에 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목재는 보통 8~10%의 함수율을 가진 자재를 많이 사용하는데 수분이 많이 함유되어있을수록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기 때문에 변형이 일어나기 쉽다고 한다. 


*90% 완성 사진


이번에는 현장 업무를 마치고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완성사진을 찍지 못했다. 하우스랩을 꼼꼼히 시공하고 창과 문까지 달아주는 것이 이번 현장의 마무리였다.(창이 얼마나 무거운지 체감한 현장이었다.)


두 번의 현장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것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크다. 우리 팀원들은 모두가 50대인데 안전의식이 지금까지 겪은 사람들 중에서 가장 미약했다.(안전모를 쓰려고 했더니 극구 만류하는 팀원도 있었다. 그런 것을 왜 쓰느냐며... 안전장치 하나 없이 흔들리는 비계를 타고 다니며 다양한 생각을 했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손가락 관절 사이사이가 시리다. 손목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며 골반에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 시작 전, 캔커피를 힘줘서 못딸만큼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날도 있었다. 육체적 고됨과 안전상의 문제가 직시되니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문제의식, 현장 분위기 등의 개선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초보 목수 공구세트 맞추기 대작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