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목수의 생존일기 D+6
비 소식으로 인해 내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현장 일정이 이틀 미뤄졌다. 팀장님은 앞으로 이런 일을 종종(꽤나 자주) 겪게 될 거라고 했다. 목수의 숙명이랄까. 이왕 이렇게 된 거 팀장님과 함께 공구세트를 맞추기로 했고, 우린 공구점으로 향했다.
내가 생각했던 공구점은 허름하고, 나이 지긋한 주인장이 지키는 곳이었다. 그러나 실제 공구점은 달랐다. 건물은 으리으리했고, 깔끔했다. 일반 마트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그탓에 이곳저곳을 구경하느라 공구점 내부를 찍을 생각을 못했다. 특히 다른 마트처럼 선반 별로 진열된 공구가 정해져 있었다는 점이 아주 단순한 사실임에도 인상 깊었다.('공구' 그리고 '공구점'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이 박살 나는 순간이었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임에도 놀랐다는 것이...) * 배경 사진은 pinterest에서 따온 국내 디월트 공구의 쇼룸 사진이다.
아래 사진이 내가 오늘 장만한 공구세트다. 팀장님이 경험을 비추어 초보자가 쓰기 좋은 녀석들을 골라주었다. 왼쪽부터 망치, 휴대용 못 뽑기(휴대용 빠루), 줄자(위), 커터칼(아래), 먹줄, 스퀘어(위), 니퍼(아래), 제도용 연필, 툴 벨트이다. 공구마다 용도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망치 : 목조주택을 지을 때 망치는 못을 박는 역할보다는 잘못 박힌 못을 빼거나, 튀어나온 못을 때려 면을 평평하게 맞추는 데 쓰인다.
2. 휴대용 못 뽑기(휴대용 빠루, Cat's Paw) : 주로 못을 빼는 용도로 사용된다.
3. 줄자 : 자재와 합판, 기타 부속재 사용 시 적합한 치수를 측정할 때 사용된다.
4. 커터칼 : 제도용 연필을 깎거나 부자재의 포장을 뜯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5. 먹줄 : T자나 가이드 등을 사용하기 힘든 상황에서 특정 치수에 맞춰 자재에 표시를 할 때 주로 사용된다. 목조주택 실무 교본에서는 '레이아웃'을 할 때 주로 사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 레이아웃 : 사례를 들어 설명하자면 아래 사진에서 밑 깔도리, 윗 깔도리에 어떤 구조체(스터드, 반스 터드, 트리머 등)가 어느 위치에 들어갈지 미리 표시해두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6. 스퀘어 : 선을 직각으로 그리거나 일정한 간격으로 선을 그릴 때, 각도를 측정할 때 사용된다.
7. 니퍼 : 구부러진 못을 펴서 뽑거나, 철사 등 부자재를 구부리는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된다.
8. 제도용 연필 : 자재에 특정 치수에 맞춰 선을 그어야 할 때, 치수를 계산할 때, 현장에서 자투리 자재 위에 특정 도면을 그릴 때 등에 사용된다.
9. 툴 벨트 : 개인 공구들과 못 등을 보관할 때 사용된다. 작업자가 툴 벨트를 사용하면 개인 공구를 손쉽게 휴대할 수 있다.
* 참고용 사진(출처 : <현장을 위주로 한 목조주택 시공실무>, 최현기
공구들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어느 구조체와 연관이 되어 있는지 등. 목수로서 일 인분을 하기 위한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기만 한 것 같다. 새삼 팀장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무슨 일을 하든지 '인내'가 필요한 순간이 분명 온다. 그 순간에도 끝까지 인내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성장해있을 것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길이 보일 것이다."
어쨌든 나는 오늘도 생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