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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목수가 되었다

20대 목수의 생존일기 D+5

by 금교준

나는 목수다. 정확히 말하면 목수가 되기 위해 현장에 뛰어든 지 5일 차에 접어든 전직 항공기 소프트웨어 테스터이자 작가다. 앞으로 이 일을 겪으면서 깨닫는 것들을 가벼운 일기 형식으로 기록할 것이다. 생각은 모여 글이 되고, 글은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고 굳게 믿는다.(목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흔히 '노가다'라고 불리는 일에 뛰어든 것은 이 일에 대한 나의 인식을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기술직, 누군가에게는 어릴 적 공부를 안 했을 때 해야 하는 것, 가세가 기울거나 부당해고 등 특정 사건에 의해서 하게 되는 것 등. '이 일'에 대한 대화에서 들을 수 있는 말들의 이면에 숨겨진 편견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처음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2층 벽체까지 세워진 상태였다. 한쪽에 나있는 창 위치로 내다보는 외부 전경과 나무로 짜인 벽체가 집의 형상을 갖추고 있는 모습을 보며 '삶 속에 아름다움이 있다'라는 말을 비로소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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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한 팀은 경량 목구조를 세우고 외벽을 고정하는 외장목수팀이다. 나까지 총 5명으로 구성되어있고, 두세 명씩 한 조를 이뤄 작업을 맞춰간다. 선배들은 특정 치수에 맞춰 목재를 재단하고 벽체를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내가 해야 할 일은 기다랗고 예쁜 자재들을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아래 사진에 보면 차곡차곡 쌓인 사각형의 목재가 그 대상이고... 지나치게 길고 지나치게 무겁다. 선배들과 합심해서 다락 위치까지 목재를 옮기는 경우도 있었는데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봐도 비극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간혹 지나치면서 슬쩍 봤을 때 느꼈던 것보다 훨- 씬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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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처럼 '비계'(현장에서 칭하는 말 : 아시바)를 타고 다녀야 할 때도 많았는데 무서워 죽을 지경까지 몇 번 다녀왔다. 벽체와 비계 사이를 내려다볼 때마다 그리고, 뒤쪽의 휑한 바닥을 볼 때마다 떨어졌을 때 일어날 일들을 상상하게 됐고(생각하지 말자고 아무리 다짐해봐도 하게 됐다), 지붕 높이에서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런 부분들은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안전과 관련된 조치들은 척 봐도 미약했고, 기술에 대한 공부와 안전에 대한 공부를 병행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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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힘든 만큼 보람 있는 일도 분명 있었다. 목수는 목재를 단순히 고정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설계된 도면을 보며 자재의 위치와 치수를 현장에 맞게 계산하고, 벽체, 지붕, 지지대 등 구조에 맞춰 현장에서 골조를 어떻게 만들지 설계한다. 자투리 목재를 메모장 삼아 제도용 연필로 세부 도면을 그리는 모습을 볼 때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이게 기술자구나'하는 동경이 가슴 한편에 자리 잡았다. 그렇게 설계되고 짜인 벽체는 여러 명이 협동해서 세우고 고정시켜야 한다. 첫 벽체를 세웠을 때, 태양빛이 우리 팀과 벽체를 훑고 지나가는 생생한 느낌, 그때 나는 이 분야에 깊숙이 뛰어들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4일 만에 (토대부터 하면 약 2주일) 첫 집의 골조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완성하고 나서 현장 정리 직전에 사진을 찍었는데(아래 사진) 선배들이 처음에는 다 그런다고 기특해했다.(ㅋㅋ) 아직은 초기인 만큼 적을 수 있는 내용이 적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 겪는 것들과 배우는 것들을 틈틈이 기록할 것이다.


* 골조 완성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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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 표기했거나, 조언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집어서 조언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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