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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Apr 10. 2022

20대, 목수가 되었다

20대 목수의 생존일기 D+5

나는 목수다. 정확히 말하면 목수가 되기 위해 현장에 뛰어든 지 5일 차에 접어든 전직 항공기 소프트웨어 테스터이자 작가다. 앞으로 이 일을 겪으면서 깨닫는 것들을 가벼운 일기 형식으로 기록할 것이다. 생각은 모여 글이 되고, 글은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고 굳게 믿는다.(목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흔히 '노가다'라고 불리는 일에 뛰어든 것은 이 일에 대한 나의 인식을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기술직, 누군가에게는 어릴 적 공부를 안 했을 때 해야 하는 것, 가세가 기울거나 부당해고 등 특정 사건에 의해서 하게 되는 것 등. '이 일'에 대한 대화에서 들을 수 있는 말들의 이면에 숨겨진 편견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처음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2층 벽체까지 세워진 상태였다. 한쪽에 나있는 창 위치로 내다보는 외부 전경과 나무로 짜인 벽체가 집의 형상을 갖추고 있는 모습을 보며 '삶 속에 아름다움이 있다'라는 말을 비로소 실감했다. 

내가 속한 팀은 경량 목구조를 세우고 외벽을 고정하는 외장목수팀이다. 나까지 총 5명으로 구성되어있고, 두세 명씩 한 조를 이뤄 작업을 맞춰간다. 선배들은 특정 치수에 맞춰 목재를 재단하고 벽체를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내가 해야 할 일은 기다랗고 예쁜 자재들을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아래 사진에 보면 차곡차곡 쌓인 사각형의 목재가 그 대상이고... 지나치게 길고 지나치게 무겁다. 선배들과 합심해서 다락 위치까지 목재를 옮기는 경우도 있었는데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봐도 비극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간혹 지나치면서 슬쩍 봤을 때 느꼈던 것보다 훨- 씬 힘들었다.)

아래 사진처럼 '비계'(현장에서 칭하는 말 : 아시바)를 타고 다녀야 할 때도 많았는데 무서워 죽을 지경까지 몇 번 다녀왔다. 벽체와 비계 사이를 내려다볼 때마다 그리고, 뒤쪽의 휑한 바닥을 볼 때마다 떨어졌을 때 일어날 일들을 상상하게 됐고(생각하지 말자고 아무리 다짐해봐도 하게 됐다), 지붕 높이에서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런 부분들은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안전과 관련된 조치들은 척 봐도 미약했고, 기술에 대한 공부와 안전에 대한 공부를 병행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힘든 만큼 보람 있는 일도 분명 있었다. 목수는 목재를 단순히 고정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설계된 도면을 보며 자재의 위치와 치수를 현장에 맞게 계산하고, 벽체, 지붕, 지지대 등 구조에 맞춰 현장에서 골조를 어떻게 만들지 설계한다. 자투리 목재를 메모장 삼아 제도용 연필로 세부 도면을 그리는 모습을 볼 때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이게 기술자구나'하는 동경이 가슴 한편에 자리 잡았다. 그렇게 설계되고 짜인 벽체는 여러 명이 협동해서 세우고 고정시켜야 한다. 첫 벽체를 세웠을 때, 태양빛이 우리 팀과 벽체를 훑고 지나가는 생생한 느낌, 그때 나는 이 분야에 깊숙이 뛰어들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4일 만에 (토대부터 하면 약 2주일) 첫 집의 골조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완성하고 나서 현장 정리 직전에 사진을 찍었는데(아래 사진) 선배들이 처음에는 다 그런다고 기특해했다.(ㅋㅋ) 아직은 초기인 만큼 적을 수 있는 내용이 적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 겪는 것들과 배우는 것들을 틈틈이 기록할 것이다. 


* 골조 완성 모습


* 잘못 표기했거나, 조언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집어서 조언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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