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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Jun 15. 2022

놓지 못하는 것

나를 소개해야 할 때면 몸 바깥에 있는 것들에게 관심이 많다고 말하고는 했다. 내면을 틈나는 대로 들춰대는 바람에 헤져버렸단 말을 굳이 덧붙이면서. 사람은 응당 자신을 구성하는 것을 직면하고 이해했을 때 비로소 외부로 시선을 넓힐 수 있다고 여긴 거였다. 그러니까 스스로 그만큼 성장했을 거라고 자만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 내 관심은 외부로 나가지 못했다. 내면을 샅샅이 굽어살피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속 깊숙이 파고들어 있었다. 성숙한 척하느라 잠시간 밖으로 돌려보아도 곧 되돌아왔다. 저지른 일, 책임지지 못한 일,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놓쳐버린 것들에게로. 나를 구성하는 것들은 상당 부분 당신으로부터 싹텄기 때문에 나는 별다른 인과 없이도 당신을 끄집어낼 때가 많았다. 당신이 했던 말이나 좋아했던 거, 종종 읊었던 우려 섞인 목소리를 흉내 낼 때도 있었다. 잘 지내고 있을 텐데. 그 때문인가. 무언가를 쓰려다 보면 으레 해야 할 일을 하게 되듯 당신 얘기를 쓰게 되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혹여 당신의 이름을 적어버리진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이름을 마주하는 순간 일련의 기억들이 신경 곳곳을 침범해 뿌리내릴 것이었기 때문에. 그럼 한동안 거기에 묻혀 사느라 헤맬지도 몰랐기 때문에.      


나에게는 놓아야만 성장할  있단  예감하면서도 놓지 못하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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