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교준 Aug 01. 2020

쉽게 화내는 사람은 사실 유약함을 숨기려는 것이다

쉽게 화내고 욕하고 짜증 내는 사람들의 심리는 사실 정반대다.

“격렬한 증오 뒤에는 그 증오하는 사람에 대한 결코 인정하기 싫은 비밀스러운 시기심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 로버트 그린


 쉽게 호통치고 화내는 사람들

 

 집, 학교, 학원, 직장 등 어딜 가든 이런 사람들 꼭 있다. 쉽게 화내고 상처 주는 말을 꽂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과 맞닥뜨릴 때면, 정말 피하고 싶고 말 한마디 섞고 싶지 않아 진다. 그나마도 친구는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그저 피하면 된다. 문제는 사회에 나왔을 때 생긴다. 사회라는 곳에서는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 똑같은 사람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같이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 사람이 나를 불편하고 힘들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심지어 직장 상사라면 삶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만들어진다.(희한하게 그럴 때는 사람이 끈질기게 안 바뀌고, 하루하루가 더 길게 느껴지더라..)

 그런데 <인간 본성의 법칙>이란 책에서 작가는 이런 얘기를 한다. 남을 강하게 모욕하고 깎는 사람은 오히려 시기심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혹은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날까 두려워 상대가 그 부분은 건드리지 못하도록 겁을 주는 것이라고도! 결론적으로, 그들이 화내고 호통치는 이유는 본인이 유약하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가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면서라도 자신이 상처 받기 싫어서라는 이유가 그들에게는 정당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신이 유약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의 행동

 

 이러한 특성을 <인간 본성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그린 작가는 ‘취약함’이라고 명명한다. 이 단어는 심리학 단체인 ‘노우유어셀프’에서 출간한 책 <심리를 처방합니다>에서도 동일하게 취급한다. 

 이들에 따르면, ‘취약함’이라는 특성은 불확실한 상황이나 위험에 처했을 때 생긴다. 그리고 이는 어릴 때부터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갓난아기 때 아이가 우는 이유는 자세가 불편하다거나, 생리현상이 일어난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근데 이러한 욕구들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그 욕구들이 결국 ‘취약함’이 되어 무의식 속에 눌러앉는다는 거다.

 이에 더해 그들은 ‘그림자’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림자는 자신이 가진 것 중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억누르려고 하는 모든 것을 뜻한다.(취약한 행동, 말, 심리 등) 그리고 이 ‘그림자’가 나타나는 형태 중에서 대표적이라고 생각되는 4가지 유형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위로해 줄 사람을 찾는다. 우리는 일이 너무 힘들거나 사회에서 자신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단번에 유약해져 ‘취약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 취약함을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려버린다. 그래서 나를 위로해 줄 사람들을 찾기 시작한다. 인간관계로써 ‘세상에서 나는 약한 존재다.’라는 느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두 번째, 혼자가 된다. 이런 사람들은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이 깊어진다. 그래서 연락을 끊고 흡사 ‘묵언수행’을 한다. 그러다 자기 가치가 증명될만한 일이 일어나면, 묵언수행은 끝이 난다. 어떻게 보면, 첫 번째 상황과는 반대로 인간관계로 해결책을 찾지 않고 혼자 끙끙 앓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내가 이 유형과 매우 흡사하다. 삶이 힘들어지면 주변 사람과 오히려 연락을 줄인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책을 읽으며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세 번째, 밝고 착한 모습을 보인다. 이 사람들은 평소에 매우 명랑하고 밝다. 남을 도와주려 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 사람들 중에서 가끔 어떤 이들은 자신에게 공격성과 강한 시기심이 있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이 특성들이 사람들이 안 좋아하는 것들이라는 사실도 안다. 그래서 이러한 성향을 죽이고 살아간다. 그러나 이들이 권력에 앉게 된다면? 폭언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사실 공격성은 본성인 경우가 많아, 고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게 나쁜 건 아니다. 다만, 만약 권력을 가졌을 때 공격성향을 그대로 표출한다면? 후를 위해 잠시 참고 있는 거라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 쉽게 화내고 상처를 준다. 이 유형은 처음 소개했던 일화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들이 화내거나 호통치는 이유는 자신을 공격하지 말라는 경고와 같다. 본인의 부족함을 상대가 탐색하지 못하도록 애초에 차단해버리는 거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겉모습과는 정반대로 유약하고 겁이 많다. 마치 겉은 단단하고 속은 부드러운 ‘수박’ 같다. (올바른 비유일지는 모르겠다.) 안타까운 점은 그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 그 행동이 합당한 행동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그럼 매우 화날 테지만 말이다..!) 


 이 네 가지 유형 중 우리가 가장 피해야 할 부류는 단연코 세 번째라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두 번째는 내게 피해를 주는 부분이 거의 없다. 네 번째는 생각보다 단순한 유형의 사람들이라서 그 사람들이 화를 낼 때 ‘아.. 지금 굉장히 유약한 상태구나. 이 부분에 대해서 아픈 상처가 있는 거구나.’ 등과 같은 생각을 하면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 그러나 세 번째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분별해서 가려낼 수가 없다. 그들은 교묘하게 자신을 숨기고 있다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면 우리의 위로 올라서려 할 것이다. 어느 순간 우리는 을이 되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이 돼버리는 것이다.


 취약함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아이였을 때는 어른이 되면 더 이상 연약하지 않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곧 내
  안의 연약함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삶은 본질적으로 연약한 것이었다.” - 매들린 렝글

 

 지금까지 취약함을 억누르려는 네 가지 유형에 대해 알아봤다. 그런데 이 취약함을 우리에게 도움이 되도록 통제할 수 있진 않을까? 잘만 이용하면 우리를 성숙하게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다행스럽게도, 노우유어셀프와 로버트 그린 작가는 취약함을 어떻게 다뤄야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지를 제시해준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꾸민 것보다 진실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자신의 취약함을 숨기지 않고 강한 척 꾸미지 않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자신의 취약함을 인정하는 사람은 진실하고 겸손하며 누구와도 잘 어울린다. 또 강한 척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고 여유가 있다. 그래서 이들은 언제나 남에게 편안함을 준다. 또한 진실한 만큼 훨씬 쉽게 신뢰를 얻는다. - <심리를 처방합니다.> 中 
 우리는 진정성을 가진 유형에게 완전히 끌리며, 정반대인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배척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나 자신의 성격에서 어린아이 같은 면을 상실한 것을 남몰래 애석해하기 때문이다. 그 무모함과 즉흥성, 강렬한 경험, 열린 마음을 잃어버린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런데 이 진정성의 기운을 내뿜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다른 가능성을 암시한다. 어린아이와 어른, 어둠과 빛, 무의식과 의식을 모두 가진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말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 곁에 있고 싶어 한다. 어쩌면 그들의 에너지가 우리에게도 일부는 옮겨오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 <인간 본성의 법칙> 中     


  두 책에서 얘기하는 첫 번째 방법은 바로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들은 우리의 취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일을 하다가 실수가 발생하게 되면 그 실수를 숨기려고 화를 내거나, 남 탓을 하지 말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거다. 그러곤 겸허히 받아들이고 천천히 해결해나가면 된다. 

 이를 가장 잘 실천했던 위인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바로 에이브러햄 링컨과 윈스턴 처칠이다. 그 둘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실수에 걸려 넘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실수를 딛고 더 높은 계단으로 올라갈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이처럼 취약함을 ‘진정하게’ 인정하고 고치려 노력하면서 더 성장하는 것이 매력을 높이는 방법이 된다. 


 두 번째 방법은 ‘나누는 것’이다. 인생이 너무 힘들다면 친구에게 전화 한 통 걸어서 “힘들다”며 약해진 상태를 토로하라는 거다. 가족에게 돌아가 고통을 나누고 위로를 받으라는 거다. 그러면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에너지가 다시 생긴다. 이에 더해, 나의 고통을 공유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나의 신뢰를 높여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나의 취약점을 상대에게 고스란히 드러낼 정도로 믿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미국의 심리학자 아서 아론이 실시한 실험에서도 증명됐다. 실험은 서로 처음 보는 사람들을 둘씩 짝지어 한 그룹은 가벼운 주제의 질문들을, 다른 그룹은 최근 겪은 힘든 일에 대한 질문을 주고받도록 진행됐다. 결과만 말하자면, 가벼운 질문보다 힘든 일에 대해 얘기한 사람들의 친밀도가 더 높았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참가자들은 연인이 되기도 했단다.  

 사실 친구를 사귈 때도 똑같은 것 같다. 왜, 밤늦은 시간에 친구의 고민상담을 해주다 보면 훨씬 친해져 있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서로의 고민을 나누면 그만큼 신뢰도도 많이 생겨서 더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세 번째 방법은 자기 가치와 일의 실패를 구분 지으라는 거다. 우리는 대부분 일의 실패를 우리 존재가치의 하락으로 동일시하곤 한다. 맡았던 프로젝트 하나가 중단되거나, 결함이 나오는 것과 같은 상황 말이다.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마치 내가 잘못한 것 같고 무가치한 사람인 것 같다.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기도 쉬워진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그 일의 실패가 나의 실패를 뜻하는 건 아니다. 그저 그 일이 잘 안 풀린 것뿐이다. 


 취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우리 인간은 애초부터 남보다 강하고 싶고, 잘나고 싶다는 본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은 감추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어느 정도 결함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실수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하는 거다. 굳이 숨기려 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사실은 그 하나의 실수가 우리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진 못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우리가 한국어를 잘하는데 영어를 못한다고 가치가 내려갈까? 전혀 아니다. 수학을 잘하는데 철학을 못한다면 우리 가치가 내려갈까? 더더욱 아니다. 누구나 잘하는 것과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있다. 이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사랑한다면 취약함에 정복당하지 않는, 그렇게 자존감을 지키는 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추천 책 :

1. [인간 본성의 법칙] - 로버트 그린

2. [심리를 처방합니다] - 노우유어셀프




작가의 이전글 함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