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낭비'의 좋은 점

여름잠을 자봤더니 드는 생각들...

by 금교준

오늘은 자기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목표가 빗나간다는 말이 유독 가깝게 느껴진 날이었다. 그동안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아침이면 계획을 세우고, 밤에는 한 일들을 체크하며 잠에 들었는데.. 오늘은 나만의 일상 루틴이 처참히 깨져버렸다. 하루종일 잠을 잤기 때문이다.


나는 낭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타입인데..


나는 평소 시간을 낭비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때문에 미드를 본다던가, 영화를 본다던가, 커피를 마신다던가 하는 사소한 일조차 계획했다.(꼭 어디에 체크리스트를 만들지 않고 마음속으로 계획하는 것도 포함한다.) “오늘은 커피를 마시며 글을 써야지” “오늘은 로코 영화를 보며 감성을 느껴봐야지!” “오늘은 00시까지 집중하고 10분 정도 00랑 커피마시며 수다 떨어야지ㅎ” 당연하게도 이 계획들이 틀어지면 기분이 무척 뒤죽박죽이 된다. (어찌보면 너무 계산적인 삶을 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스로 들기도 한다.ㅋㅋ) 나는 이 삶이 좋다. 잠에 들기 전에 ‘오늘도 열심히 살았구나!’하는 마음이 마구 샘솟는 그 느낌을 아는 사람은 공감할 거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오늘 만큼은 ‘책을 읽겠다!’라는 사소한 계획 하나마저 세우지 못했다. 그냥 말 그대로 <하루종일 잤다.> 근데 묘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어찌보면 내 몸이 내게 “오늘은 그냥 좀 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오늘 푹 쉬면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달릴거잖아!”라고 외치는 것 같았으니까.. 뭐 어쨌든 덕분에 오늘도 이렇게 자기 직전 나를 다시 돌아보며 글을 쓰게 된 걸 보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다.ㅎㅎ


누가 그러던데, 너무 일만 하면 지친다고! 때문에 중간중간 휴식을 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 같은데.. 나는 왜 이 문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도 정작 편히 쉬는 날을 안 가졌을까 싶다. 직장 일, 글 쓰는 일, 취미 일 등등 하루 하루를 빽빽하게 채워놓고 살아온 게 수 개월. 적어도 올해 중에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한 날이 없다. 어떻게든 사소한 일 하나씩은 채워낸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최근 들어 운동을 하더라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짐을 느껴왔다. (오늘도 결국 글을 쓰고 있지만, 잠을 12시간도 넘게 잤기 때문에..예외다.)


여름잠이 준 선물 1 : 에너지


어쨌든 오늘의 잠 덕분에 에너지가 좀 채워진 것 같다. 이쯤되서 뭔가 느낀 게, 내가 하도 안 쉬어주니까 몸이 제발 좀 쉬라고 일부러 힘을 빼는 게 아닌가 싶다. 생각해보면 고3 때도 그렇고, 대학교 때도 그렇고, 항상 무리하게 공부를 하고 나면 하루 쯤은 몸살이 났다. 그때도 거의 1년에 한, 두 번 정도였던 것 같은데.. 직장에서도 거의 1년에 하루 꼴로 몸살이 나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치면 올해는 몸살이 나기 전에 한번 휴식을 해줬으니까 잘하면 몸살을 피할 수도 있겠다.


여름잠이 준 선물 2 : 나를 돌아보는 계기


오늘의 여름잠이 내게 준 선물이 또 하나 있다. 만약 여름잠의 선물이 에너지 뿐이었다면 이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켜진 않았을 거다. 그정도로 소중한 이 선물은 바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다. 내가 지금 가려고 하는 ‘작가’라는 길이 상상하는 대로 탄탄대로일까?라는 생각. 물론 돈을 벌지 못해도 글을 적는 게 재밌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택한 길이다. 그래도 어찌됐건 '지금의 직장을 뛰쳐나가서 정말 글만 쓰게 된다면, 내가 지금만큼 안정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생겼다. 만약 평생 ‘무명작가’로서 이름도 알려보지 못하고 묻히면 어떡하지? 자칫하다간 손가락만 빨게 되는 삶을 살게 되면 어떡하지? 그래도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그래도 글 쓰는 것에 만족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전에도 잠깐 이런 걱정을 해본 적이 있지만, 직장에서 나갈 시기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이 생각은 현실화가 되어 간다. 다행히도 여전히 드는 생각은 ‘그래도 내가 쓴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만 있다면, 그들이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만족할 수 있겠다.’라는 것. 거기에 더해 ‘작가’라는 길은 나의 인생도로 중 2차선에 해당하기 때문에, 마냥 걱정만 되진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1차선의 ‘주업도로’, 3차선, 4차선의 ‘부업도로’들이 천천히 공사되고 있다. 지금은 이 길들을 골고루 포장하고 있는 것일 뿐인 거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이제 앞으로 뭘 더 해야 할 지가 머릿 속에 자리잡히기 시작했다.


결국 오늘의 여름잠은 내게 1) 에너지 충전을 해주고 2) 뭘 해야 할지 다시 방향타를 잡도록 해줬다. 이제 다시 나아가야 할 시간이다. 편집자와 협업중인 원고작업과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 그리고 크루 활동까지. 이에 더해 쉬엄쉬엄 하고 있던 심리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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