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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Sep 01. 2020

낭비

곁들일 음악 "Too Good" - Christian Kuria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할만치 무거운 이불 한 아름만 주세요. 


걸음을 방해하던 땅을 머리맡에 올려두고, 얄밉도록 화창이 웃던 하늘을 발밑으로 밀어 두고 싶거든요. 그래야 별안간 가만히 있다가, ‘드디어 잡았다!’라며 주문을 외우고는 머릿속을 헤집어 당신을 조각해낼 수 있더라고요. 고장 난 시계 초침조차 소중하다며 사랑을 밀어내다 기어코 당신을 그리고야 마는 유일한 태엽이 될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 부탁하건대 그 순간만이라도 당신을 접어두던 시간을 낭비했다고 치부할 수 있게 이불을 잔뜩 덮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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