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이 복사한 사진 속 훔쳐보는 얼굴
/라윤영
교실 안에서 도시락을 열어버린
각진 손가락처럼 딱딱한
40년 전의 표정으로 우울하다
등 뒤의 풍경은 투명한 어둠
밤이 오는 소리에 놀라며 술잔이 부딪친다
충돌은 평범해서 소리가 없고 무표정하다
손바닥은 가까운 계절을 잡을 수 없고 뚜껑을 열 수 없다
검은 구름은 햇살을 단단하게 물고 가고
빗방울은 집을 나간 개의 울음으로 울부짖고 있다
고독한 허기로 흔들리는 풀잎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학교 정문을 빠져나가는
두 다리와 열 손가락은 출입구가 없다
잃어버린 도시락을 찾고 있는 하얀 허기
텅 빈 운동장에 아이들의 얼굴이
희미하게 지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