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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이음 Jun 01. 2020

나 이번에도 합격 못할것 같아_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

노량진? 공무원? 90년대생은 이렇게 공무원 시험 준비합니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 이번에도 힘들것 같은데 



5월 30일. 미뤄지고 미뤄지던 경찰시험이 끝났다. 시험이 끝나고나면 1시간 내외로 가답안이 공지된다. 또 카페에서 헷갈렸던 문제들을 되짚으면서 답이 맞았는지 체크한다. 필자 또한 지난 8월까지 이런 상황들이 반복하였다. 가답안을 기준으로 채점을 하고 나면 내가 합격권에 들어갈지 못들어갈지 어느정도 감이 잡히고 점수가 애매하다면 대형학원에 점수를 넣어 본인의 위치를 확인하기도 한다. 



카페에는 이런 글이 도배된다. 제 점수가 180/280인데 합격 가능할까요 ? ㅇㅇ지역인데 이정도면 운동하러 가도 되나요 ? 필기합격까지 5일정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다음 시험을 준비하거나 체력시험을 위한 준비를 한다. 



나같은 경우 시험이 끝나고 집에 귀가하는 버스안에서 가답안을 대충 본 후 헷갈리는 몇 문제들만 답을 체크했던 기억이 있었다. 시험이 끝난 후 온 힘이 다 빠져나간 상태에서 바로 채점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잘 봤던것같아도 채점을 하면 예상을 빗나갔었기 때문이다.  시험이 끝나고 난 후 못만났던 친구를 만났었다. 시험의 결과를 떨쳐버리고 싶었기 때문이고 잡생각을 하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까지 그렇게 친구와 보내고 부모님과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방에서 혼자 조용히 쉬었다. 카페에서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새벽시간만을 기다렸다. 가족들이 모두 잠에 들었을때 혼자 조용히 시험지를 꺼내어 가답안으로 채점을 했었다.  채점을 하고 나서 불합격권의 점수를 마주했을때의 허탈감은 경험해본 자들만이 알것이다.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고 여태 해왔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 기분이 들 것이다. 



시험을 본 후 느낌은 중요하지 않았다. 후회가 얼마나 남느냐가 합격불합격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총 8번의 시험을 보면서 합격을 한 마지막 시험을 제외하고 나머지 7번 모두 정말 느낌이 좋다거나 안좋다거나 둘중 하나였다. 하지만 마지막 시험에서는 일말의 후회도 남지 않았다. 드디어 시험이 끝났다는 개운함만이 남았다. 마지막 시험을 끝으로 더이상 경찰공부에 매달리지 않기로 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잘 보았냐는 부모님의 물음에도 "뭐 그냥.. 무난했어." 라는 답변이 나왔고 부모님께서는 '얘는 이번에도 떨어졌구나..' 라는 생각이셨다고 한다. 하지만 채점결과 합격권이였고 학원사이트에 넣어본 결과 다음날부터 당장 운동을 가도 될 위치였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 결과를 얻을때는 후회가 남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한번 도전해도 이렇게는 못하겠다. 싶을 만큼 .. 다시는 이 공부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더 열심히 할껄..'

'이부분좀 더 보고 들어갈껄..' 

'이 문제만 맞췄으면..' 핑계일 뿐이다. 



어떤시험이던 마찬가지이겠지만 내가 할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미련이 남지 않아야 한다. 물론 정말 억울하게 한문제 차이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다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면피하기 위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합격권에 들지 못한 점수라면 끝없는 핑계를 대지 말고 원인분석을 자세히 해야 한다. 



채점후 고민할 필요도 없이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이들이라면 빨리 털고 일어나야 한다. 지난 시험 결과에 얽매이면 더 힘들 뿐이다. 또 필기합격 발표 전까지 그동안 애쓴 자신을 보듬어 주어야 한다. 그동안 못먹었던것들 즐기지 못했던것들을 발표 전까지만이라도 즐기고 그 다음시험을위해 다시 재충전을 해주어야 한다. 누군가는 "불합격주제에 휴식을 취해 ? 당장 내일부터 짐싸들고 독서실로가 ! " 하루이틀 또는 일주일 조금 늦게 공부를 시작한다고 해서 다음시험에 떨어지는것이 아니다. 내가 다음 시험을 위해 지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고 왜 합격권에 미치지 못했는지 또한 분석하여 방법이 틀렸다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내가 경찰에 합격할수 있었던 3가지이유



1.아르바이트 : 사람들과의 만남 


3년의 수험기간을 거친 내가 합격할수 있었던 이유를 쓰는것은 사실 부끄럽다. 단기합격자들도 많고 그들의 방법이 통했기때문에 수험기간을 줄일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장수생들을 위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나는 마지막 시험을 준비하면서는 아르바이트와 함께 병행하였다. 주5일  18시-22시까지. 길어진 수험기간 때문에 지치기도 했었고 수험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집과 공공도서관을 오가며 공부를 했기에 노량진에서 자취를 하는 수험생들에 비해 비용은 적게 들었지만 매번 개정되는 책들, 시험에 떨어질때마다 필요한 강의 재결제, 수험생활동안 중독된 커피등을 먹기 위한 기본적인 비용들이 필요했다. 또 집에서 눈치가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수험기간에 무슨 아르바이트냐, 그 시간에 하나라도 더 외워라"라고 할수도 있다. 맞다. 단기합격을 바라는이들이라면 엉뚱한곳에 눈돌리지말고 단기간내에 최대한 실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미 수험기간이 2년 이상 된 수험생이라면 이미 내용들은 어느정도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고 익숙해진 내용이기에 처음때처럼 꼼꼼하게 공부하기도 힘들 것이다. 또한 하루온종일을 공부에 쏟는것도 몇백일간을 해왔기에 힘들것이고 나 자신을 잃어버린 느낌도 많이 받았을 것이다. 



나같은경우에는 노량진에 절대 가지 않은 이유가 있다. 내가 수험생이라는 사실에 익숙해질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신분이 수험생. 아니 백수가 맞지만 그 사실에 익숙해 지다보면 불합격이라는것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모든것을 받아들일것만 같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수험생이 아닌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을 보며 더 자극을 받았던것같다. 업무시간에 업무를 하고 휴일에는 쉬며 자신의 취미를 만끽하고 자기계발을 하는 이들을 보며 더 수험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었던것같다. 똑같은 수험생에게 위로를 얻기보다는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을 보며 더 나에게 자극을 했던것같다. 




2.독서 : 동기부여


항상 마음이 지치면 책을 찾았다. 위로를 받기 위해서였다. 또 자극이 필요할때는 자기계발서를 찾기도 하였다.맨날 한국사,형법,형소법만 보다가 다른사람들이 위로해주는 글, 다른 사람들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는지 읽고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다시 마음을 다잡을수 있었다.



수험생활은 항상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극도 오로지 나에게로부터 받는다. 모의고사를 풀어서 잘 나오지 못한 점수, 피곤해서 늦게일어난 하루, 공부가 잘 되지 않아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하루 모두 나에게로부터 나오는것들이다. 그러니 아르바이트가 하기 힘든 수험생이라면 독서를 통해서라도 책에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다른사람들로부터 자극을 받는것도 지치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3.일기 : 자신의 감정 인지하기 


일기를 매일 꾸준히 쓴건 아니지만 심신이 지쳤을때 노트를펼치고 펜을 집어들어 내 감정에 대해 써내려갈때면 응어리가 씻겨져 내려간 기분이 들었다. 수험생은 보통 자신의 감정상태를 인지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 감정이 이런지도 모르고 그냥 공부하는게 힘들 뿐이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 감정이 왜 이러한지 써내려가고 알아가면서 그 감정을 풀어내며 평온한 감정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면 머리에서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과 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깨끗한 마음가짐을 유지하는것이 공부의 질을 높여줄 것이다. 




수험생활을 끝내는 이들에게 : 꼭 경찰공무원이 아니여도 



이번 시험을 끝으로 수험생활을 끝내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불합격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인생이 끝났으며 지나간 시간을 회복할수 없다는 생각을 버리길 바란다. 물론 지나간 시간들을 다시 채우기 위해서는 몇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한다.



말로만 또 글로만


"불합격이 오히려 너의 삶에 있어서 다른 방향을 제시해줄수도 있어!"

"다른 길로 가도 먹고살것들은 많아"

"세상에 직업이 그것뿐이냐"

"공무원 아니더라도 다들 잘 살기만 하던데"



겪어보지 않은 입장에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 하고싶지는 않다. 내가 불합격 이후 다른길로 나아가며 그 길에서 무언가를 성취했다면 이 글이 더 와닿지 않을까 하는 점은 아쉽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른 길로 가기로 했다면 무작정 취업에 매달리기 보다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것이 무엇이고 꾸준하게 해나갈수 있는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수험생활동안 시험 하나만을 목표로 달려왔던 나 자신을 다시 되찾아가길 바란다. 물론 막막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생각한다.



포기하는것 또한 큰 용기라고 생각한다. 그 용기로 다른 길을 나아간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분명 당신은 더 행복할수 있을것이다.



시험보신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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