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이 생각하는 경찰공무원의 장점, 첫 번째
우리는 항상 무언가 되어야겠다!라는 꿈만 꿔왔다. 하지만 경찰이 된 이후에는 경찰관이 꿈이라는 아이들을 많이 마주 할 수 있다. 내가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직업적 의미에 있어서 무겁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내심 뿌듯하기도 하다.
경찰 준비를 하면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은 학교 안전활동이었다. 초등학생 아이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느낌을 준다. 이런 아이들과 제복을 입고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아이들의 등교시간이다. 각자 자기 몸집보다 큰 가방을 메고 가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아이들이 놀 때만큼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 안전활동을 할 때에 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 성격이 보인다. 경찰관인 나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몰래 가려는 내향적인 학생, 먼저 다가와서 인사해주는 외향적인 학생. 내향적이든, 외향적이든 아이들의 성격이 순수하게 보인다. 괜히 말을 걸고 싶다.
여느 때와 같이 학교 안전활동을 하는 날이었다. 날씨는 쾌청했으나 일교차가 큰 초가을이기에 감기 걸리기 쉬운 날. 한 아이가 오랫동안 서 있는 것을 보고 추운 날씨에 오래 서있으면 감기 걸릴 것 같은 걱정에 말을 걸기 시작했다. 사실 아이와 대화가 하고 싶었다.
“친구는 왜 학교 안 가? 누구 기다려?”
“친구 기다려요! 가장 친한 친구요!”부터 시작해서 이 친구의 말은 멈출 줄을 모른다. 왜 친한 친구를 기다리는지부터 시작해서 이마에 모기가 물린 이야기까지 해준다. 매일 아침 본인의 언니는 늦게 일어나서 엄마에게 혼난다고, 본인은 새벽 4시에 일어나 등교 준비를 한다며 슬쩍 부지런함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이들의 꿈이 궁금해진다. 정말 순수하게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꿈은 무엇일까? 나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을 생각해보면 항상 할머니께서는 “대통령이 되어라.” 라며 큰 꿈을 심어주셨었다. 요즘은 미디어가 발달해서 아이들이 좋지 않은 콘텐츠에 노출될 확률도 많아지다 보니 아직도 정말 순수하게 꿈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있었다.
“친구는 꿈이 뭐야?”
“경찰관이요!”
경찰관 앞이라고 꿈을 경찰관이라고 하는 것인가 의심이 든다. 다시 묻는다.
“경찰관 언니가 앞에 있으니까 꿈이 경찰이라고 하는 거 아니니..?”
“아니에요!!”
“왜 꿈이 경찰이야?”
“그냥요!”
‘그냥’이라는 말이 참 좋았다. 항상 우리는 어떤 꿈을 이야기하면 각종의 이유를 갖다 붙이기 바쁘다. 먹고살기 바쁘기에 ‘그냥’이라는 이유를 붙이기에는 너무 터무니없으니까. 하지만 아이의 꿈은 어떠한 범인을 잡기 위해서, 공무원이라서, 멋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경찰관이 꿈인 것이다. 그냥 좋은데 이유가 어디 있겠나..
물론 아이가 나중에 꿈이 바뀔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그냥’이라는 아이의 답변에 제복을 입는 순간만큼은, 아이들을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바른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벤저스의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처럼 초능력으로 나쁜 빌런들을 잡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슈트를 입고, 각자의 무기가 있듯이 경찰관도 제복을 입을 수 있다. 타노스급은 잡을 수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닐까. 게다가 월급까지 받으니 얼마나 좋은가!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들이 있다. 모든 직업들이 아이들의 꿈이 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경찰관’이 꿈인 아이들은 생각보다 쉽게 접할 수 있다. 악당을 잡는 영화인 어벤저스나, 시그널, 라이브 같은 경찰 드라마나, 토이 캅 같은 만화영화를 보고 자라나기에 경찰관을 꿈꾸는 학생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의 꿈이 될 수도 있다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것이 좋지만 그만큼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내가 매일 입는 제복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게 입고 싶은 제복이 될 수 있고, 매일 타는 순찰차가 누군가에게는 공부의 의지를 다시금 불태워주는 꿈의 차가 될 수도 있다,
나도 수험생일 적에는 제복이 간절했고, 순찰차를 보며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어느샌가 이런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고 만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수험생이든, 경찰관이든, 공무원이든 하고 있는 것들을 당연시하지 말고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
내가 꿈꿔왔던 것이 누군가의 꿈이 될 수도 있고 당신도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