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직장이 최고야'라는 말
‘안정적인 직장이 최고야’라는 말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왔다. 우리의 할머님들은 꼭 공부 열심히 해서 아이들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라고 하셨고 우리가 장래희망에 기재했던 직업에는 선생님, 대통령이 가장 많았다. 그렇게 안정적인 직장은 나의 무의식 중에 최고의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공무원’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었다.(현재 20대들을 대상으로 응답을 받았을 때)
지금이야 1인 미디어가 많이 활성화되면서 유튜버, 크리에이터가 장래희망에 기재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실제로 초등학교 4학년임에도 콘셉트를 잡아서 유튜브 방송을 하는 친구들도 보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아이들이 장래희망란에 기재하는 직업들이 조금씩은 변한다.
그렇다면 왜 90년 대생들은 ‘안정적인 직장’, 즉 ‘공무원’이 최고의 직업으로 자리 잡았고 다들 공무원 시험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
첫 번째로는 부모님들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교사, 일반 공무원, 경찰공무원 등으로 시작하여 꾸준히 안정적인 월급과 직장생활을 하셨던 부모님들은 현재 먹고살만하다. 연금도 남부럽지 않게 나오고 저축만 해도 돈을 어느 정도 불릴 수 있는 세대이셨기 때문이다. 이건 부모님들의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부모님들이 겪었던 IMF 시절도 한몫한다. 이 당시의 부모님들은 친구, 형제, 주변 사람들이 회사에서 잘려나가는 것을 직접 목격하셨다. 혼자 벌어서 가정을 부양하던 가장이 무너지면서 아이들이 대학 등록금을 내지 못해 대학에 갈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생활조차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전까지는 공무원은 그다지 매력적인 직업이 아니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약간 지루하고 틀에 갇힌 직업으로 많이 여겼었다. 하지만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적게 벌더라도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게 된 것이다. 그런 부모님들의 시선이 그대로 우리에게 스며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이러한 인식이 깔려있는 상태에서 우리 90년 대생들의 취업은 너무나도 어렵기 때문이다. 주변을 보면 대학에 안 간 사람은 거의 없고 다들 기본으로 토익 900점은 넘으며 컴퓨터 자격증, 어학연수들은 이력서란에 기본으로 차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들과 경쟁을 하려니 돌고 도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대학 4년 동안 좋은 곳 취업하려고 그렇게 취업공부에 매달렸는데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다 보니 다른 친구들도 다 나만큼은 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 중 정말 탁월하지 않다면 원하는 기업에는 들어가기 힘든 세대가 되어버렸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했던, 명문대에 갔던 친구들 중에서도 공무원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꽤나 볼 수 있었다. 그들이 공무원을 하려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갔을까?
지금 상황도 비슷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취업은 더 어려워지고 막 입사한 회사에서도 해고를 당하고 아르바이트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공무원으로 눈을 돌리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취준생뿐만 아니라 자영업을 했던 이들, 잘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이들... ‘안정성’이라는 매력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도전을 했던 친구들이 다시 ‘안정성’을 찾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안정성’을 얻으면
그것이 최고의 직장이 되는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었던 ‘안정성’은 직장에서 해고당하지 않는 것, 월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우리의 심리적 ‘안정성’은 고려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물론 기본적인 생활들이 충족이 되니 걱정거리 하나는 덜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직장의 안정성이 우리의 심리적 안정까지는 가져다주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심리적 안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만의 기준점을 잡고 나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안정적인 직장이 좋다 한들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공무원을 준비하는 누군가라면 안정적인 직장, 공무원이 절대 여러분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혹시 공무원을 도피처로 생각한 것은 아닌지, 합리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워라밸? 직장과 우리 삶의 균형을 맞춘다는 말은 허울 좋은 말이다.
하루의 절반 이상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이 소중한 시간들을 월급에 팔면서 정말 내가 행복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