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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학번, 90년대생을 살려줄 수는 없을까요

90년대생은 왜 공무원 시험에 몰릴 수밖에 없을까

by 민이음






졸업을 앞둔 90년 대생들이 마주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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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만큼은 주셔야죠



그렇게 아무것도 몰랐던 90년 대생들은 직장인이 되었다. 또는 취준생이 되었다. 한창 90년 대생들이 졸업 후 왜 안정적인 직장을 원할까? 질문에 빠져 지하철을 탔던 날이었다. 한 가지 주제에 빠지면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그것에 관련된 것들이 알아서 찾아온다고 했던가. 퇴근길로 사람들이 붐비는 지하철 속에서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한 여자의 전화통화를 들을 수 있었다.



“나 진짜 때려치울까 봐. 내가 여태까지 초과근무수당을 못 받고 일한 건 그렇다 치자. 내가 오늘 할 거 다 해서 10분 정도 일찍 나왔거든? 그런데 사장이 뭐라는 줄 아냐? 일찍 퇴근하는 거 그만큼 빼겠대. 더러워서 진짜. 이거 노동청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렇다. 법을 제대로 지키는 회사들은 정말 드물다. 사기업에서 일하다가 공무원에 합격한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사기업에서 초과근무수당, 즉 야근 후에 그만큼 더 보상을 받는 것은 꿈도 못 꾼다며, 공무원은 그래도 일한 만큼 정당하게 받을 수 있으니 좋은 거라며 알려주었다. 우리는 기본적인 대우조차 받지 못한 채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던 것이다.




대체 어디서 경력을 쌓죠?



‘경력직 우대’ 경력을 쌓지 못한 졸업생들은 죄를 짓는 것만 같은 저 문구. 경력을 쌓을 기회를 부여받아야 경력을 좀 쌓을 텐데 우대조건에 보이는 저 문구는 야속하기만 하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말하면 그게 경험이냐며 뭐라고 한다. 네가 가고 싶은 기업과 관련된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하는데 그런 것들이 어디 흔한 것인가. 스펙을 그렇게 쌓았는데 경력까지 요구하시다니 요즘 기업들은 신입 뽑을 생각이 없는 것만 같다. 경력이 없는 졸업생들은 눈을 낮추고 낮춰본다.




떨어진 이유라도 알려주신다면



‘귀하의 응시자의 자질을 우수하여 고민을 하였고, 자질과 능력은 높게 평가되었으나 당사와 함께할 수 없음을...’ 봐도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저 문구. 그런데 우리가 궁금한 것은 ‘왜’이다. 떨어진 이유를 알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다른 기업에 지원할 때 참고라도 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우리는 또 이유를 모른 채 노트북을 켜고 자기소개를 고쳐본다.



‘그대들이 원하는 자질과 능력은 무엇인가..’




기업의 높아지는 기대감 vs 청년들의 실력



AI, 증강현실, 언택트, 5G, 전기차. 단어들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세상이 급격하게 변화함을 알려주는 단어들.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음을, 우리들의 빠른 변화를, 준비를 부추기는 각종 미디어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취준생만 힘든 것이 아니다. 기업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변화를 꾀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기업들의 기대치는 자꾸만 높아져 간다. 하지만 우리 취준생들의 실력들은 비슷비슷 상향 평준화되었을 뿐 기업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간극들 사이에서 취준생들은 조금 더 나은 대우를 해주는 기업에 취업하길 바라고 기업들은 보다 나은 신입들을 뽑기를 원한다.



그러니 이런 취준생을 뽑은 기업은 신입이 마음에 들 리가 없다. 신입 역시 대우가 엉망인 기업이 마음에 들 리가 없다. 신입들은 결국 참지 못한 채 기업을 떠난다. 기업의 90학번 세대는 요즘 애들은 참을성이 없다며 90년 대생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계속 반복된다. 이 간극은 취준생이 메워야 하는 것인가 기업이 메워야 하는 것인가.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중간은 없을까?




결국엔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게 된다



90년 대생들이 졸업 후 마주하는 현실들은 위의 이야기들 말고도 수없이 많다. 개인적인 사정이 다르고 원하는 방향이 다들 다르니까. 하지만 우리는 계속 똑같은 것들을 반복하며 출구 없는 터널을 걷게 된다. A라는 상황이 싫어서 방향을 바꿨는데 또 a라는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결국에는 그 화살이 나에게로 돌아온다.



“다음에 면접 보러 갈 때 이 구두 신고가. 솔직히 그때 그 구두는 정말 아녔거든. 아마 구두 때문에 떨어졌을 거야. 내가 이런 말 하는 게 웃길 줄 모르는데, 아직 취직시험 많이 남아있잖아. 다음엔 잘 될 거야.”

“구두 때문에 떨어졌을까?”


“맞다니까. 이게 얼마나 중요한데.”


“우리 과에.. 그 회사 합격한 애가 있어. 형편은 나랑 비슷한데.. 아니다. 나보다 더 안 좋다. 걔는 아르바이트해서 가족들 생활비 대니까..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걔 구두가 내 것보다 더 나았던 거 같진 않아.. 그러니까.. 내 탓이야. 부모의 경제력도 아니고 스펙도 아니고 내가 좀만 더 잘하면 된다는 얘긴데.. 문제는 내가 뭘 어떻게 더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야.”

_드라마 청춘시대中



스펙 탓도, 부모탓도, 내 탓도 아니다. 그냥 타이밍이 안 맞았을 뿐이다. 우리는 스스로 극도의 상황까지 우리를 밀어 넣을 필요가 없다. 터널 끝의 빛은 언젠가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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