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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만 더? 여긴 안 통해요.

고시원? 노량진? 90년대생은 이렇게 공무원 시험 준비합니다

by 민이음
100m, 1000m 시험 이틀 전



5분만 더, 체력시험에는 통하지 않는다




필기는 입장권, 체력은 본선



필기를 통과하고 나면 윗몸일으키기, 팔 굽혀펴기, 악력, 100m, 1000m 총 다섯 가지의 체력시험을 보아야 한다. 보통 필기부터 붙어야겠다는 생각에 체력 준비는 ‘필기 붙고 하지 뭐!’ 라며 뒤로 미뤄둔다. 하지만 필기 공부를 한다는 명목 하에 체력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필기는 환산점수로 계산이 되지만 체력은 원점수로 계산이 된다. 영어, 한국사 같은 공통과목 2문제 10점이 체력 1점과 비슷하게 환산된다. 그만큼 필기를 통과한 후에는 체력이 몇 점이냐에 따라 순서가 뒤바뀔 수 있다. 필기점수가 아무리 높더라도 체력점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배수 밖으로 밀려나갈 가능성도 높다. 체력 때문에 최종 불합격을 한 수험생이라면 이 체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막 공부를 시작한 수험생들은 아직 중요성을 잘 모른다. 필기 공부를 6개월 더 하고 싶지 않다면 정말 체력은 꼭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어딜 가든 공짜밥은 없다. 체력은 공짜로 우리에게 점수를 후하게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다섯 종목을 열심히 준비한다고 해서 나보다 체격이 큰 누군가를 한 손에 제압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이렇게 다섯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유는 그동안 얼마나 성실하게 체력시험을 준비해왔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성실하게 준비를 해왔다면 이 정도의 기초체력은 통과할 수 있겠지? 라는 의미가 아닐까! 국가에서 월급 받고 일하는 공무원에게 성실성은 당연한 것이 아니던가! 본인이 판단했을 때 운동신경이 좋지 못하다면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노력하는 만큼 오르는 경찰 체력시험



경찰 체력시험은 하는 만큼 오른다. 100m를 제외한 4 종목은 꾸준히만 한다면 한 만큼 보상을 해주는 종목들이다. 나 역시도 처음 100m를 제외한 4 종목 모두 꾸준히 성장하여 시험에서는 좋은 점수를 낼 수 있었다.



혼자 운동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방법도 모르겠다면 운동 초반에는 학원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본인의 성향에 따라, 운동 신경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다만 꼭 필기 공부와 병행하여 미리미리 체력을 준비해야 함을 잊지 말자.




필기 공부 5분만 더 ≠ 운동 5분만 더



필기시험을 통과했다. 이제 2차 관문, 체력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체력시험 준비 기간에는 하루의 일상이 운동, 휴식, 병원으로 반복된다. 체력시험 보기 2주 전에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다친다. 자신 몸의 한계를 인정하고 무리하지 말아야 하는데 어렵게 얻은 기회이다 보니 점수를 1점이라도 더 올리려는 욕심에 한계를 넘어버리는 것이다. 나 또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과한 욕심을 부렸었다. 그 욕심으로 무리가 간 손목, 발목에는 매일 아침 일어나 테이핑을 감는 것이, 운동 후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는 것이 일상이었다.



나는 그렇게 테이핑과 물리치료에 의지해 무사히 체력시험을 통과할 줄 알았다. 하지만 방심한 순간 일이 터졌다. 시험 이틀 전, 마지막으로 1000m의 기록을 체크하고자 보라매공원을 찾았다. 하지만 기록이 예상했던 것만큼 나오지 않았다. 나의 기록에 화가 나 5분만 더, 10분만 더 하다가 공원 10바퀴를 쉼 없이 돌았다. 스스로에게 주는 벌이었다.



그렇게 공원을 돌고 나서 마지막으로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좀 전에 했던 운동이 과했는지 병원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던 찰나에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발목을 접질렸다. 충격이 큰 탓인지 너무나도 아팠다. 테이핑에 익숙하다 보니 ‘테이핑 감고 뛰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병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발목의 상태는 심각했다. 그저 물리치료만 받고 끝날 줄 알았던 치료였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당분간은 절대 뛰지 마라, 이틀 뒤에 네가 뛸 수 있을지 장담 못하겠다.”라는 말과 함께 깁스를 감아주었다. 나는 그 순간 현실을 직시했고 병원을 나오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준비해왔던 것들이 모두 물거품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해왔던 것들을 모두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일주일 전에 윗몸일으키기, 팔 굽혀 펴기, 악력은 목표했던 점수를 받아놓았던 상황이었기에 최대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뛰고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시험장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시험 당일. 발목에는 테이핑을 최대한 강하게 감고, 파스를 수시로 뿌려가며 컨디션을 유지하려 했다. 최대한 발목을 고정시킨 덕분에 무사히 내가 원하는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발목이 아팠지만 뛰는 그 순간에는 아픈지도 모르고 뛰었다. 우리가 시험 준비를 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은 언제나 일어난다. 그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또한 나의 몫이다.


체력시험이 끝난 날 참고 참았던 제일 좋아하는 불닭볶음면 ♥ (체중 관리도 중요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수험생이라면 얻은 기회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몸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렵게 얻은 기회에서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를 얻으려다가 체력 시험장에 들어가 보지고 못한 채 부상으로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여럿 봤다. 나의 경우 수술할 정도의 부상은 아녔기에 테이핑을 감고 뛰었지만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는 체력시험을 치러볼 수 있는 기회조차도 없어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그것을 너무 넓게 펼치려 애쓰다 보면 노력은 종잇장처럼 얇아진다. 사람들은 일의 양에 따라 성과가 점점 더 쌓이기를 바라는데, 그렇게 하려면 ‘더하기’가 아닌 ‘빼기’가 필요하다. 더 큰 효과를 얻고 싶다면 일의 가짓수를 줄여야 한다.

_ 원씽(THE ONE THING) 중에서


우리의 체력은 한정되어있다. 인간에게는 한계가 없다고 하는데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 한정되어 있는 에너지를 끝까지 끌어 쓰려다가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 되지 않도록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누가 1점 더 받고 싶지 않겠는가! 나머지는 면접에서 채운다고 생각하고 면접을 가기 위한 관문인 체력은 다치지 말고 무사히 통과하자. 5분 더 할 생각하지 말고 5분 덜 하고 휴식을 취했으면..



이전에 발행했던 글을 수정하여 재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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