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놀이를 말리지 않았다

금지 대신 책임을 가르치는 방법

by 별빛

오후, 2호가 베란다에서 불놀이를 한다.

거실문을 꽉 닫아도 탄 냄새는 계속 들어온다.

남편도 거실에 있다가 냄새가 계속 나자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릴 때부터 불놀이를 워낙 좋아해서

아예 불놀이 전용 프라이팬을 하나 만들어 주고

그 위에서만 하게 했다.

몇 년째 사용 중이다.

물론, 어릴 때부터 안전하게 하도록

늘 철저한 지도하에 허락해 왔다.





“그렇게 재밌어?”

아이의 긍정적인 감정에 공감해 주고,

표현에 귀 기울이며

아이가 만든 창작물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아이는 불놀이로 무언가를 새로 만들 때마다

꼭 엄마를 불러 보여준다.





탄 냄새 나는데

굳이 안 불러줘도 되는데 말이다.

(그래도 오늘 실천하기로 한 육아서 내용을 떠올리며

귀 기울여 듣고 반응해 주기로 한다.)





그렇게 두 시간쯤 불놀이를 하고

마무리하려는 것 같아 다시 가 보니,

베란다는 거의 초토화 상태다.





놀란 감정을 먼저 가라앉히고,

아이에게 청소 도구를 건네며

“베란다 정리하고, 청소까지 하고 나오렴.”

하고 말해 주었다.





30~40분쯤 뒤,

얼굴이 빨개진 채로

청소 다 했다며 손을 씻는다.





베란다에 가 보니

정말 말끔하다.

안 그래도 청소할 때가 됐는데,

청소 안 해도 되겠다 싶어

속으로 웃음이 났다.





“어쩜 이렇게 깨끗하게 정리했어?”

엄청난 칭찬 리액션을 해 주며

앞으로 불놀이 계속 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이는

당분간 불놀이는 안 한단다.

청소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만약 처음부터 아예 못 하게 했다면

하고 싶었던 것에 대한 미련이 남았을 거고,

이후에도 계속 하고 싶었을 것이다.





실컷 해 보게 하고,

뒤처리까지 하도록 부모가 이끌어 주는 것.

그것은 일상 속에서

‘내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안 된다고 막지 않아도,

아이는 해 보고

뒤처리까지 직접 해 보면서

스스로 느꼈기에

당분간 하지 않겠다는 선택도

미련 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열네 살 중학생이라고

불놀이 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나.

이 또한 호기심의 영역이라 본다.





어른이 되어 갈수록

호기심은 줄어들고 사라진다는데,

아이의 호기심을

미리 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충분히, 제대로

가르치는 건 필수.

– 2021년 8월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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