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서로의 위로가 되었다
아이들 진로 때문에 남편과 떨어져 지낸 지 어느덧 4년째다.
그렇게 될 줄도 모르고 지방에 살 때 분양받아 두었던 아파트가 그 사이 완공되었고, 입주까지 하게 되었다.
지금은 남편이 그 집에서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남편과 반려견의 관계다.
예전에 남편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한 번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날 온 가족이 모두 나가 반려견을 찾아다녔다.
나는 반려견을 잃어버린 그 자리에서 딱 한 번 불렀다.
“토리야~”
그러자 풀숲에 숨어 있던 토리가 갑자기 튀어나와 내게 달려와 안겼다.
남편은 그동안 목이 타도록 불렀다고 했다.
하지만 토리는 남편의 목소리를 듣고도 들키지 않으려고 풀숲에 꼭꼭 숨어 있었던거다.
우리 집 반려견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줄곧 나를 가장 좋아했다.
남편이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 않을 만큼,
그때만 해도 둘의 사이는 그 정도였다.
그랬던 둘이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의 남편과 토리는 말 그대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남편이 새벽 출근을 하는 날이면 평소보다
10분 일찍 일어나 토리와 5분 산책을 한다.
퇴근 후에는 4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반까지 산책을 한다.
토리는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
그래서 남편은 어떻게든 먹이려고 간식을 섞어 보기도 하고 닭가슴살이나 고기 순살을 삶아 밥에 섞어 주기도 한다.
잠들기 전에도 또 한 번 짧게 산책을 한다.
이 생활을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오고 있다.
정말 지극정성이다.
12년 동안 키우면서 미용실에 맡긴 적도 없다.
털도 늘 남편이 직접 깎아 준다.
혼자 밥을 먹을 때는 토리를 식탁 맞은편에
앉혀 놓고 같이 밥을 먹는다고 한다.
토리는 이제 내가 가도 잠깐 반길 뿐이다.
대부분의 시간은 남편만 따라다닌다.
남편이 화장실에 가면 화장실 앞에 앉아 기다리고
주방이든 거실이든 남편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간다.
토리의 눈은 늘 남편을 향해 있다.
남편이 움직이면 눈도 같이 움직인다.
잘 때도 꼭 남편 옆에서 잔다.
정말 실과 바늘 같은 사이다.
그 모습을 보면 조금 섭섭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이해가 된다.
반려견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늘 함께하던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4년 동안 가끔씩만 보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나와 아이들은 예고 없이 사라진 사람이 되었지만
남편은 늘 곁에 있었고
자신을 돌봐 준 사람이었다.
토리에게 가장 애틋한 존재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남편도 자주 말한다.
“토리가 없었으면 정말 상상도 못 했을 거야.”
혼자 지내다 보니 우울한 날도 많았는데
그때마다 토리가 큰 위로가 되었다고 했다.
토리와 산책을 하다 보니 걷는 시간도 늘었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마음이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가끔은
반려견에게서 치유를 받는 느낌이 든다고도 했다.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남편을 졸졸 따라다니는 토리를 보면
어쩌면 남편이 우울해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섭섭함보다
고마운 마음이 더 크다.
사실 남편의 우울한 시간을 이해하다가도
나 역시 지칠 때가 있었는데
그 시간을 토리가 대신 채워 준 것 같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세 번이나 파양을 겪고 우리 집에 오게 된 토리.
지금 생각하면
그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토리는
혼자 남겨진 남편의 시간을 함께 견디기 위해
우리 집에 온 것이 아닐까.
그래서일까.
지금의 남편과 토리는
가족을 넘어
서로의 시간을 지켜 준 단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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