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 외로운 남편, 혼자여도 괜찮은 아내

같은 거리, 다른 마음의 온도

by 별빛

아이들의 진로로 인해 남편과 떨어져 지낸 지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었다.





함께 살 때는 몰랐던 것들이,

떨어져 살며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람도,

결국 환경 앞에서는 조금씩 달라진다.


인간은 적응하는 존재라는 말을,

이제야 실감한다.





남편이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 사실도 그중 하나였다.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그는 “외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드라마를 보고, 게임을 하면서도 결국은 외롭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 마음을 다 받아주었다.

공감하고, 다독이고, 묵묵히 들어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 역시 지칠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티 내지 않으려 애썼다. 지금도 그렇다.





반면 나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외로움보다는 ‘고독’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밖에 있고

나 역시 이곳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지내고 있다.


그럼에도 하루는 늘 짧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할 것을 찾아 헤매다 보면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버린다.

가끔은 잠자는 시간조차 아깝게 느껴질 정도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외로움을 달랜 적도 없다.

그래서인지, 지인들은 나를 신기하게 여긴다.





물론 쉽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다.

아이들의 진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민과 걱정,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들까지.

이전보다 훨씬 감정적으로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선택한 길이었다.

이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결국 후회로 남을 것이라는 걸 알기에

나는 멈출 수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외로움을 느낄 틈조차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외로움을 말하던 남편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아니, 적응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오십 대 중반, 갱년기의 영향도 있었을지 모른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인 그는

어느 순간부터 통화를 길게 하기 시작했다.

함께 살 때는 늘 용건만 말하던 사람이었는데.






별일이 없어도 하루에 몇 번씩 전화를 건다.

출근 전, 퇴근 후, 반려견 산책을 하면서,

때로는 회사에서 잠깐 시간을 내서.

대부분 먼저 전화를 거는 쪽은 남편이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니

그 적적함이 전화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바쁘더라도 남편의 전화는 되도록 받는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준다.





다만, 술을 마신 날은 조금 다르다.

말이 길어지고, 통화도 길어지고,

결국 감정이 부딪히는 순간이 찾아온다.

몇 번은 대판 싸우기도 했다.





그 이후로 남편은 조심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길게 통화하지 않는다.

대신 짧게, 자주 안부를 전한다.


그 나름의 방식으로

관계를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의 남편은

수영을 다니고,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며

조금씩 자신의 시간을 채워가고 있다.


무엇보다

함께 사는 반려견에게 더 많은 애정을 쏟는다.


그리고 이제는,

“외롭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런 시간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또 다른 모습을 알게 되었다.





혼자 있으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과,

혼자 있어도 고독을 즐기는 사람.


같은 상황 속에서도

마음은 이렇게 다르게 움직인다.


그리고 그 다름을

이제는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