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실로 가다.

도리스 레싱_문예출판사

by 이혜리




수전은 남편과 아이들, 안정된 가정과 넉넉한 생활을 가진 여성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완벽했지만, 그녀는 점점 숨이 막혀 갔다.

아내이자 엄마로만 존재하는 일상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두려움이 그녀를 괴롭혔다.

그래서 수전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호텔의 19호실을 빌려, 오직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곳은 잠시나마 숨 쉴 수 있는 자유의 방이었다.

그러나 남편이 그 비밀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19호실’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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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실로 가다'는 단순히 한 여인의 비극을 그린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지금, 당신 자신으로 존재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사회 속에서 수많은 역할을 맡는다.
누군가의 부모, 배우자, 직장인, 친구로 살아가며 그 역할에 익숙해질수록 ‘진짜 나’의 목소리는 작아진다.
수전의 19호실은 단지 도피의 공간이 아니라, 그녀가 자기 자신을 다시 확인하려 했던 마지막 시도였다.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19호실’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것은 물리적인 방일 수도 있고,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혼자 산책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의 소음 속에서 내 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여백이다.



도리스 레싱은 이 소설을 통해,
행복의 조건이 결혼이나 성공이 아니라
‘혼자 있어도 괜찮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 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에게 고요하지만 강한 질문을 던진다.

“나를 지탱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언제, 어디서 진짜 나로 존재할 수 있는가?”



수전의 비극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녀가 그토록 찾았던 ‘방’은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도 여전히 절실하다.
우리는 바쁘고 관계에 얽매인 삶 속에서도 가끔은 내 마음의 19호실로 들어가야 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비로소, 다시 ‘나’로 숨 쉴 수 있으니까.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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