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살의 세상

모순_양귀자

by 이혜리




스물네 살, 주인공 안진진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소설 『모순』은 마치 그녀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듯하다. 그녀의 이야기는 특별한 사건이나 거대한 서사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어머니와 이모, 아버지와 이모부, 그리고 자신과 주리, 김장우와 나영규와의 관계를 차례로 비추어 나가며 삶의 결을 섬세하게 들어낸다. 서로 다른 인생의 태도가 여실히 대비되면서, 삶이란 하나의 정답으로 묶일 수 없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행복하거나 불행한 것이 아니라, 그 사이 어딘가에 놓인 감정의 진폭이 소설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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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현실을 붙잡고 성실히 살아가는 삶의 상징이라면, 이모는 안정을 택한 인물이다. 주리는 세속적인 성공과 안락을 꿈꾸지만, 진진은 불확실하더라도 사랑과 낭만에 흔들린다. 그녀의 곁에 나타난 김장우는 잠시나마 사랑이란 무엇인지 확인시켜 주는 동시에 허무와 불안을 함께 끌어오는 존재이기도 하다. 결국 행복과 불행이 분리되지 않고, 사랑과 고통이 한 몸처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진진은 서서히 깨닫는다.



가족을 진정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따뜻한 말과 행동만이 사랑의 전부일까? 어머니의 냉정함도, 아버지의 부재도, 때로는 동생과의 불협화음도 어쩌면 사랑의 또 다른 방식일 수 있다.

사랑 역시 그렇다. 우리는 사랑을 하면 행복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기쁨과 불안, 충만함과 결핍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것이 모순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 모순이야말로 관계를 살아 있게 만드는 힘이 된다.



스물다섯 살의 진진이 끊임없이 부딪히는 것은 사실 세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독립적인 어른이 되고 싶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자유를 원하면서도 보호받고 싶다.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그 경계에서의 방황은, 아마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통과의례일 것이다.



삶은 단순하지 않다. 사랑은 따뜻하기만 하지 않고, 가족은 늘 든든하기만 한 울타리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 모순을 껴안는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한다.

그래서일까. 진진의 이야기는 1990년대의 청춘 이야기이면서도,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결국 우리는 지금도,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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