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_쓰다
강민주는 여성 상담소에서 일한다.
그녀는 매일같이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만나며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하게 기울어져 있는지를 목격한다.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은 쉽게 용서받고, 피해 여성은 “왜 그랬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강민주는 그 구조의 잔혹함에 절망하고 마침내 사회에 대한 분노를 한 인간에게 투사한다.
그래서 일까. 그녀는 인기 배우 백승하를 납치해 감금한다.
그를 통해 폭력의 구조를 뒤집어 보여주려는 일종의 ‘심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확신은 흔들린다.
백승하 또한 체제의 일부일 뿐, 완전한 악은 아니었다.
그를 괴롭히며 “이제 너도 여자의 고통을 알겠느냐”고 묻던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미세해지고,
그녀 자신이 또 다른 폭력의 가해자로 변해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결국 그녀의 실험은 파국으로 끝난다.
이 소설의 “금지된 것”은 단순히 사랑이나 욕망이 아니다.
그것은 ‘여성이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다.
그마저도 금지되어 있는 세상에서, 강민주는 그 금지를 깨뜨리려는 가장 극단적이고 절박한 방법을 선택한다.
나는 글을 읽는내내 강민주의 행동에 동의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분노와 절망, 그리고 그 이면의 외침은 외면하기 어렵다.
그녀가 폭력을 택한 이유는 단순히 복수가 아니라,
“이제 그만 멈추라”는 절규였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보이지 않는 형태의 폭력과 불평등 속에서 살아간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품고 있다.
그 침묵 속에서 이 책의 문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성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선언문이자
금지된 감정과 욕망을 해방시키려는 최초의 한국적 페미니즘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