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니콜라이 고골_쏜살문고

by 이혜리




겨울 차가운 바람 속, 한 남자가 외투를 품에 안고 걸었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

그의 이름만큼이나 삶도 평범하고 작았다.

그는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서류를 옮기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평생 해냈다.

그의 하루는 늘 같았고, 그에게 세상은 조금도 따뜻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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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오랜 시간 아끼고 모은 돈으로 새 외투를 샀다.
그날, 그는 비로소 자신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동료들이 미소를 건네고, 그가 입은 외투 한 벌이 그를 달리 보이게 했다.
삶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이 피어났다.
하지만 그 따뜻함은 너무 짧았다.
새 외투를 도둑맞았고, 도움을 청한 사람들은 모두 외면했다.
그가 잃은 것은 단지 옷 한 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세상과 이어주던 마지막 끈을 잃은 것이다.



고골의 외투는 결국 인간 존엄의 이야기다.
우리 모두는 사회라는 차가운 도시 속에서 각자의 외투를 입고 산다.
그 외투는 때로는 체면이고, 때로는 자존심이며, 어떤 날엔 생존 그 자체다.
하지만 그 외투가 벗겨지는 순간, 세상은 냉정해진다.
누구도 맨몸의 타인을 쉽게 안아주지 않는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내 주변의 ‘아까끼들’을 떠올렸다.
매일 무표정한 얼굴로 하루를 견디는 사람들,
회사에서 묵묵히 일하지만 이름 한 번 불리지 않는 사람들,
그들 역시 낡은 외투를 꿰매가며 하루를 버티고 있지 않을까.



고골은 외투를 통해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온기로 살아가고 있나요?”
외투가 있어야 세상이 조금은 덜 차갑게 느껴지는 이유,
그것은 외투가 우리를 감싸는 옷이기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따뜻한 시선의 은유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외투를 잃은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를 대신해 잠시 멈춰 서서, 내 외투 자락을 조금 나눠주는 일.
그것이 어쩌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시작 아닐까.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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