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아이가 일어났다.
전날 나는 새벽 세시에 잠들었다. 그것 때문에 밤 9시가 되니 슬슬 졸려오기 시작했고 책을 계속 읽어 달라는 아이를 간신히 달랜다음 10시가 좀 넘은 시간에 잠이 들었던 거 같다.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아이가 불편해하며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갓난아기였을 때에도 나는 아이가 우는 것도 모르고 잔 적이 많았고, 그런 날 대신해 남편이 먼저 알아차린 적도 많았다.
작년부터 남편이 아주 일찍 알바를 하러 나가서 내가 거의 아이 옆에서 자는데- 어찌 된 일인지 오늘은 아이의 소리가 잘 들려왔다.
비염 증세가 있는 아이는 계절이 바뀔 때, 혹은 요즘처럼 밖과 안의 온도차가 클 때 코막힘으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하곤 했다. 어느 때처럼 그런 거 같았는데, 불빛 사이로 피가 보였다.
(얼마 전에도 같은 상황이 있었는데 그날은 오래 칭얼거렸고, 남편과 나는 둘 다 깨 아이의 수발을 들다 그날도 잠에서 깬 아이와 두 시간 가까이 놀다 잠든 적이 있었기에 이번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는 다시 금방 잠들었다.
코피일 뿐인데.. (소아과에서 말하길 비염 증세가 있고, 한 번 코피가 나면 잦게 날 수 있다고 담당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적도 있다.)
나는 그 이후 두 시간을 다시 잠들지 못했다.
‘아이가 혹 자다가 피로 인해 불편해하지 않을까’
‘피가 흐르지 않기에 더 조치를 취하진 않았는데 내가 뭐 잘 못한 것은 아니겠지’
‘이렇게 자꾸 피가 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다른 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두 시간을 옆에서 보냈다.
엄마가 되니 우리는 그냥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돌아보는 일을 하다 보니
내 마음은 정작 돌아보지 못하고 하루를 지나칠 때도 종종 있다.
아이의 감정에 귀 기울이려 애쓰다 엄마인 내 감정을 놓친 적은 없는지.
그저 화가 나는 내 마음과 화로 인한 행동으로 죄책감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아이의 코피로 인해 불안한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나는 다시 잠이 들고 말았다.
언제나 타인(나 말고 다른 사람)의 마음보다 내 마음이 먼저다.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잘 알고 챙겨주고 돌봐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