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서 많은 책을 봤고, 나름 연구도 많이 했고, 수업 관련한 여러 가지 고민들의 해답을 들고 첫 수업에 들어갔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교안대로 수업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조금씩 꼬여버린 시간은 이미 계획을 벗어나 버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딱히 큰 일도 없었다. 초급 1 수업이었고, 학생들의 수준도 높지 않았다.
첫 학기는 첫 수업처럼 흘러갔다. 생각할 틈도 없었고, 하루하루를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6년 전과 지금은 뭐가 달라졌을까? 생각해 보면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달라진 점을 굳이 꼽으라면 학생이라는 존재에 익숙해졌다고 해야 할까? 다양한 성격, 다양한 수준, 다양한 생각을 가진 학생들을 만나다 보니 이젠 어떤 학생을 만나도 금방 적응하는 것 같다.
돌고 돌아 수업도 결국 인간관계라는 뻔하디 뻔한 결론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인간관계가 그렇게 뻔한가. 하면 100% 확신하여 말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진부하기도 하지만 당연한 말이기도 하니까 교실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만나는 것도 결국 인간관계의 한 단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학교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만나는 학생들이 외국인이라는 것.
한국인과 소통하는 것이 어려울까? 외국인과 소통하는 것이 어려울까? 당연히 한국인과 소통하는 것이 쉽겠지만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소통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친구가 존재하고 연인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말이 잘 통하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그래서 기쁜 일이다. 나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할 줄 아는 언어가 없다. 학생들이 나와 소통하기 위해서 한국어로 말해 줘서 감사할 뿐이다.
수업의 목표에 따라 그날 주어진 단어와 문법을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상황으로 연습하고 나면 학생들은 어느새 나와 소통하게 된다. 초급 학생들은 한국어 자체를 한다는 것을 신기해하고 중급 학생들은 다양한 문법을 사용하면서 뿌듯해하고 고급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에 성취감을 느낀다. 나는 그런 학생들을 보며 이 일의 재미를 느낀다. 소통은 언어 밖에서도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