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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대유감 Jun 10. 2020

500일의 썸머 : "졸업"에 대한 오해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출처 : 다음 영화 


“톰 핸슨은 자신이 “특별한 누군가”를 만나는 날까지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고 믿으며 자랐다. 이런 믿음은 슬픈 영국 팝을 일찍 접한 것과 영화 “졸업”을 완전히 오해한 데서 시작되었다. 이 여자, 썸머 핀은 그와 같은 믿음을 갖고 있지 않다. 부모님의 결혼 생활이 파탄으로 이어진 이후로 그녀는 오직 두 가지만을 사랑했다. 첫째는 그녀의 검고 긴 머리카락이었고 둘째는 그걸 너무나 손쉽게 잘라낼 수 있으며 아무 고통도 못 느낀다는 것이다.”     


영화는 다소 긴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이를 자세히 보면 남자는 “오해”의 삶을 살았고, 여자는 “뜨거운” 삶을 살았음을 알 수 있다. 남자에게 “특별한 누군가”는 오해의 부산물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와는 다르게 여자는 하나에 집착하고 그것을 쿨 Cool하게 버릴 수 있는 여자이다.     


잔나비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그땐 난 어떤 마음이었길래 내 모든 걸 주고도 웃을 수 있었나. 그대는 또 어떤 마음이었길래 그 모든 걸 갖고도 돌아서 버렸나”     


톰은 말한다. 자신은 썸머에게 모든 것을 줬다고. 그런데 왜 그녀가 떠났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텀(autumn)을 만난다. 뜨거운 여름밤이 지나간 것이다. 아팠던 여름밤, 뜨거웠던 여름밤이 지나고 어텀과의 1일이 시작된다.  잔나비의 노래처럼 톰은 남은 것을 가지고 또다시 찾아오는 누군가를 만난다. 하지만 톰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이 있다. 왜 그녀가 떠나간 것인지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모든 것을 준 그녀는 왜 떠나가 버렸나.    


그는 그녀에게 모든 걸 줬기 때문에 그녀가 떠난 것이다. 사랑, 기쁨, 행복뿐만 아니라, 슬픔은 물론 고통까지. 그녀는 자신이 집착했던 것을 쿨 Cool하게 버릴 수 있는 여자였다. 기쁨과 행복만 있던 시기에는 뜨겁게 사랑했지만, 남자의 슬픔, 고통까지 밀려들어오자 이를 참을 필요가 없던 것이다.     

 

톰은 썸머에게 사랑과 행복만을 주지 못했다. 그는 그녀에게 끊임없이 관계에 대해 물으며 화를 냈고, 대답하지 않는 그녀를 더욱 강하게 몰아붙였다. (실제 썸머가 톰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랬다고 해도) 톰은 그녀에게 “모든 것”을 줘서는 안 됐다. 이는 “졸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오해했던 “졸업”의 장면은 주인공이 “일레인, 일레인”을 소리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졸업에서 주인공이 가장 “뜨겁게” 청춘을 불태우는 장면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과 가족을 등진 채, 삶을 가장 “뜨겁게” 만들었던 순간이다. 일레인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불태우는 장면이다.      


즉 그는 “특별한 누군가”를 만나면 “뜨겁게” “모든 것”을 줄 준비를 언제나 하고 있었고, 이것을 하필이면 세상에서 가장 Cool한 “썸머”라는 여자에게 준 것이다. 여름은 덥기도 하지만 가장 시원한 Cool 계절이다(추운 계절이 아니다). 시원하다는 것은 한시적인 느낌이다. 왜냐하면 더운 상태에서 부는 바람만이 우리에게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시원함이 지속된다면 그것은 곧 여름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 영화 "졸업"


사실 톰은 결혼식 장면이 아닌 마지막 장면을 다시 봤어야 했다. 영화 “졸업” 마지막 장면은 다음과 같다.     

버스를 처음 탔을 때의 흥분했던 연인은 사라지고, 담담한 표정의 연인만이 남아 있다. 그들은 가끔 웃기도 하고, 상대방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무언가 고요하다. 맞다. 고요하다는 표현이 맞다. 그리고 “사이먼&가펑클 <The sound of silence>”의 노래가 특유의 분위기와 함께 담담하게 흐른다.      


hello darkness my old friend I've come to talk with you again. because a vision softly creeping.....      


<졸업>의 벤과 일레인은 느낀 것이다. 뜨겁던 여름밤이 지나갔다는 것을. 그것은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아주 강렬하고 활활 타오르는 불빛이었다는 것을. <500일의 썸머>의 어린 톰은 이것을 알지 못했다. 오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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