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래? 시리즈 2
나는 어릴 때 어른이 된다면
진짜 멋질 줄 알았다.
최소한
누구나 가는 SKY 대학 중 하나 정도는 고르고
누구나 아는 그런 대기업이나
누구나 아는 그런 아파트에서 살고
명품관은 어깨 펴고 당당하게 들어가 쇼핑하고
쇼핑은 소재와 색감 그리고 디자인을 보고 고르고
음식은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음식을
식감과 재료 등을 따져서 다양하게 먹고
엄청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엄청 부자는 아니지만
엄청 똑똑한 건 아니지만
엄청난 성인군자는 아니지만
엄청난 몸짱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무엇이든 당당하게
말할 것이 차고 넘칠 줄 알았다.
아니 그게 최소한인 줄 알았다.
그러나 나의 현실은 그것이 최대한이다.
나는 SKY를 못 나왔으나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고
누구나 아는 대기업엔 안 다니지만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고
비싼 아파트에 살지는 않지만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고
명품관에는 안 가지만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고
오마카세와 코스요리는 안 먹지만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고
엄청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고
그냥 부자도 아니지만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고
가끔 어리석기도 하지만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고
별것도 아닌 것이 일희일비하지만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고
콜레스테롤이 높다 하지만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고
어디 가서 당당하게 "나 잘났소~" 못 하지만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다.
아. 그러고 보니 나 꽤 괜찮게 살고 있네.
어른이 꼭 멋져야 하나?
남의 삶에 안 좋은 지장을 주지 않는 어른으로
산다는 거 자체가 만족스럽다.
엄청 대단할 줄 알았던 나의 어른이 된 모습은
사실 전혀 안 대단하지만.
매우 기특하다.
너 잘하고 있어.
네 몫을 하고 있잖아.
글도 썼잖아.
너 참 잘했다.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