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어른이라는 말이 낯설다

아이의 마음을 품은 어른의 하루

by S Hale


어린 시절의 마음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화가 나면 토라지고 싶고, 속상하면 울고 싶다.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칭얼대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문득 거울을 들여다보면, 낯선 얼굴이 보인다.
더는 응석을 부릴 수 없는, 어른의 얼굴.
나는 어느새 응석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분을 먼저 살피고 받아주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알 수 없는 한숨이 마음 깊숙이 스며든다.



누군가를 위해 참고, 견디는 일이 어른이 된다는 뜻이라면,
나는 언제 그렇게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책임이라는 말이 이렇게 무겁고,
‘내 인생을 내가 책임진다’는 것이
이렇게 지루하고 고독한 일이라는 것도 그땐 몰랐다.


무엇보다, 이런 감정이 나만 그런 것 같아 더 외로웠다.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자라지 못한 아이처럼 느껴질 때면
나는 괜히 초라해지고, 이유 없이 속상해졌다.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또 이틀을 견디다 보면
‘그냥 살다 보면 살아지는 거야’라는 말이
어느 순간, 진실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버티던 어느 날,
나는 문득, 견디는 데 익숙해진 어른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는 내게 말한다.
“당신은 참 어른답네요.”
그럴 때면 나는 속으로 조용히 되뇐다.
‘아니에요, 나는 아직 그 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어요.’


가끔은 나조차도 내 감정을 외면한 채
괜찮은 척, 강한 척 살아간다.
“그래도 다들 이렇게 사는 거겠지.”
혼잣말처럼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정작 내 진짜 마음엔 눈길을 주지 않는다.


지치고, 속이 상해도
그 감정을 마주하면 더 힘들 것 같아
그냥 덮어둔 채 또 하루를 넘긴다.

오늘도 나는 어른스러워 보이기 위해
또 하루를 꾹꾹 눌러 참는다.



그러다 아주 가끔, 형광등처럼 버튼 하나에
눈물이 켜지는 날이 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 채,
그저 슬픔이라는 감정에 잠겨
바다를 헤엄치다 숨이 막혀
고요한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 삶은 참고 기다리는 일의 반복일지도 모른다.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견디고 있는 걸까.


아마도, 내 인생엔 뚜렷한 목표점이 없다는 사실이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이렇게 생각해본다.
‘그저 이곳에, 잠시 머물다 가면 되는 거지.’



그래, 사는 게 원래 그런 거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인 뒤, 나는 또 아무렇지 않은 척
어른의 하루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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