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느린 이동수단
어부바는 이 세상에서 가장 느린 이동수단이다.
두 발로 걷는 것보다 느리고,
자전거처럼 경쾌하지도, 자동차처럼 빠르지도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부바를 하면서 "빨리 가자"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어부바는 대부분 엄마나 아빠가 해준다.
아이의 키가 너무 커지기 전에,
무게가 아직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만 가능한 이동수단이다.
특히 아빠가 해주는 어부바는 조금 특별하다.
대부분의 한국 아빠들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 서툴다.
"사랑해"라는 말보다 “밥 먹었냐”는 말로,
"보고 싶다"는 말보다 “잘 지내지?” 같은 안부로 마음을 전한다.
그래서인지
아빠가 해주는 어부바에는 말보다 더 깊은 감정이 실려 있다.
작은 등을 두 팔로 감싸 안고,
무게를 묵묵히 감당하면서 걸음을 내딛는 그 순간.
그건 아마,
“내가 널 지켜줄게”,
“내가 널 어디든 데려가줄게”,
“지금은 네가 내 등에 기대도 돼”
라고 말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아빠가 나를 업고 걸었던 그 짧은 골목길이
나에겐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이었고,
그때 불어오던 바람까지도 다정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누군가를 업어줄 일이 많아졌다.
물리적으로 어부바를 하는 일은 없지만,
마음으로는
누군가의 무게를 대신 짊어지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안다.
그러다 문득,
어부바를 받던 그때의 내가 그리워진다.
지금은 누구에게 기대는 일도,
내 무게를 아무렇지 않게 감당해 주는 어깨도
어쩌면 없어졌으니까.
하지만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어른이지만, 아이처럼 작아지는 날.
버티는 게 힘들고, 괜히 마음이 뚝 떨어지는 날.
그럴 때면 아주 오래전,
아빠가 나를 업어주던 그 봄날의 따뜻한 바람이
어디선가 다시 불어오는 듯하다.
그 바람은 꼭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괜찮아, 넌 그때도 잘 있었고, 지금도 잘하고 있어.”
고마운 어부바.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그래서 더 따뜻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겐 가장 힘이 세고,
가장 빠른 이동수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