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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고고학 Oct 27. 2022

시끄러운 내면일지 #1

세상에서 가장 친해지기어려운 존재: '나'

#.1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오전에 학교 수업 이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낸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차고 넘치도록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 다소 버겁다. 내 의지로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었던 한국에서와 달리, 대부분 홀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외국생활. 그러다 보니 나 자신과 대화할 시간이 많다. 스스로 묻기도 하고, 때론 자책하기도 한다. 머릿속을 오고가는 수많은 기억들 속으로 들어가 사건을 재현해보고 나를 파고 들어 보기도 한다. 


#.2 전엔 홀로 시간을 가짐으로써 해방감을 찾았다면, 지금은 수많은 내면의 소음과 복잡스러움이 버겁다. 홀로 있는 시간은 세상으로부터 벗어난 묘한 해방감을 느끼도록 해주는 시간이면서도, 다른 한편 복잡스러운 내 자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것, 그 불가항력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마치 내 자신으로 태어난 것이 축복인 것 같으면서도, 원죄인 것만 같은 모순을 느끼기도 한다.


#3. 세상에서 가장 친해지기 어려운 존재가 바로 '나'다. 이것도 밉고, 저것도 마음에 안 들고, 바삐 움직이는 내 마음의 갈피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 한다. 내 안에서 내뿜어지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에 질식해버릴 것만 같은 순간, 문득 내 자신에게 짠해지며 스스로 되묻는다. "세상살이도 힘든데, 나는 나 조차도 가만히 냅두지 않는구나."  


#4. 자기 소외만큼 슬픈 것도 없다. 슬프지만, 정녕 내 마음이 도저히 내 마음 갖지 않을 때가 있지 않은가. 언제야 대체 나는 나 자신과 온전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정답을 찾으려는 노력도, 어쩌면 내 스스로에게 너무 독촉하려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내면의 시끄러움이 혹시나 어떤 스피커에 연결되어 고스란히 송출될까 엉뚱한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이 글에 억지로 좋은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다. 그저 생각이 흘러가는 데로, 마음이 가는 데로 마무리 하련다. 

내가 다니는 학교 화장실에서 보이는 바티칸 뒷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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