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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고고학 Nov 04. 2022

시끄러운 내면일지 #2

앎의 즐거움, 깨달음의 기쁨

#1. 외국어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치 실눈 뜨고 과도로 과일을 깎는 기분이랄까. 특별히 아직 익숙치 않은 이탈리아어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적인 활동' 거의 포기한 , '눈알'로만 활자의 모양만 파악하는, '생물학적 활동' 지나지 않는 것만 같다. 현재 Google 번역기보다 한심한 나의 독해 능력을 돌아보건데, 장차 머지 않아 도래할 'AI 시대' 심히 걱정된다. 번역기의 발전 속도는 굉장히 빠른  같다. 십여  , 영어 원서 읽을  가끔 도움을 빌리곤 했었는데, 그땐 한국어 수준이 연예인 '와썹맨 박준형 혹은 강남이' 같았다면, 지금은 '조나단' 수준까진 올라온  같다. 외국어 원서를 읽고 써야 하는 학생 입장으로선,  기술의 발전이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발전의 수준이 어디까지일지 가늠이  가기에, 당황스러울 뿐이다. 어쨌든 현재로선, 구글 번역기가 디테일과 운율 그리고 용례면에선, 조금 뒤쳐지는지 모르겠지만, 가까운 미래 안에, 번역가는 AI 번역을 '감수'하는 정도의 일만 하지 않을까 싶다.


#2. 해야할 건 많고, 하고 싶은 것은 많다(?) 하고 싶은 것이 다행히 해야할 것 안에 포함되어 있지만, '조급함'으로 인해, 무질서한 날들의 연속이다. 한국어 번역본 플라톤의 '국가'를 읽다가, 영어 원서로 된 국가에 대한 해설서를 읽다가, 이탈리아어 감이 떨어질까, 다시 이탈리아어 번역본 '국가'를 읽고. 이정도면 성인 ADHD 수준이다. 하루에 최소 3-4시간은 강독을 하는데, 항상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이다.


#3. 지루한 일상 안에서, 요즘 나름 재미 붙이게 된 일은, '브런치'에 매일 글을 업로드 하는 일이다. 몇년 전부터 모아놓은 글들을 하루에 하나씩 업데이트 하는 재미로 산다. 그런데 벌써 곳간이 비어버릴 것 같다. 쓰고 싶었던 글은 많았지만, 게으름에 넘긴 글들. 감명 깊게 보고, 정말 애절한 마음을 담아 쓰고 싶었던 글들도 미완으로 남아 있는 것들이 많다. 여하튼, 건조하고 지루한 유학생활에, 이 브런치는 나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4. 공부를 한다는 것은, '학문'을 한다는 것. 앎에 대한 즐거움, 깨달음에 대한 기쁨이 있어야지만, 이 지루한 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 아침에 좀비처럼 기상 후, 오전 수업을 들으러 학교로 간다. 4시간 동안,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수업을 왕창 듣고, 좀비처럼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인 '시에스타-피솔리노(pisolino)'를 하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철학책 강독을 시작한다. 2시간 즘, 강독 후, 근처 성당에서 미사를 드린다. 다시 방에 와서, 강독을 하다, 지겨울 때즘, 유투브를 틀어놓고 30분 운동을 한다. 그리고 저녁기도 전까지 다시 책을 읽는다. 저녁밥을 먹고, 방에 들어와, 한국어 번역본 책들을 조금 읽는다. 물론 중간 중간 딴 짓을 첨가해줘야, 읽기가 오래간다. 얼핏 보면 지루한 일상들의 향연인데, 내 하루는 전쟁과도 같다. 권태로움과 게으름와의 전쟁. 그래도 지적 호기심, 흥미가 있기 때문에, 최소한 양심껏 책을 읽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공부를 한다는 것은, '학문'을 한다는 것. 곧 앎의 즐거움과 기쁨을 느낀다는 것.


나름 멋있게 '판테온'을 찍어줬다. 로마 전경을 최대한 각색해줬다랄까? 판테온 밑은 정신없기 그지없다. 여하튼 로마는 고개를 들고 봐야 이쁘다. 바닥을 보면, 담배꽁초/똥(가끔 사람똥)/비둘기 똥이 태반이다. 그래서 길을 걸을 때면, 똥 피하랴, 고개 들어 아름다운 로마 전경 하늘 보랴, 바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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