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안에 숨겨진 삶의 의미

어니스트 헤밍웨이 - 『무기여 잘 있어라』

by 마음의 고고학

“소설 『무기여 잘 있어라』에서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절망의 숨소리만이 가득하고 희망도 잿빛으로 변해 있는 전쟁통을 그리며, 죽음 안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와 함께 동행 했던 전우가 폭격에 의해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을 때, 그동안 죽음이 나와 무관한 것인 줄로만 알고 살아왔던 프레더릭은 생(生)과 사(死)는 찰나(刹那)에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 죽음이 코끝까지 치닫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살고자 발버둥치는 순간, 익히 들어왔던 아름다운 동화 속 삶의 결말들은 철저히 무화(無化) 된다. 죽음이 친구가 되는 순간, 내 삶의 끝 역시도 아름다운 동화들이 말하는 행복한 결말들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비참하게나마 인정하게 된다.


@ 이때 비로소 삶의 의미가 재정립된다. 그간 의미도 모른 채 인생에 관한 격언들에 의존해 익혀왔던 ‘삶’이라는 단어는 내 실존(實存)을 관통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그 의미가 내 삶에 육화(肉化) 되어 진정으로 살고자 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도록 한다. 이렇게 죽음을 미리 선취(先取)한 그 순간, 그간 막연하게 고백해왔던 ‘삶은 축복이다’라는 경구는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간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사용해왔던 평화, 사랑, 행복, 자유란 단어들의 의미 역시도 내 삶 안에서 생명을 얻기 시작한다.


@ 인간은 죽는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어. 그것에 대해 배울 시간이 없었던 거야.’라는 프레더릭의 이 고백은 죽음은 피해야할 것이 아니라 배워야할 것임을 상기시켜준다. 삶의 끝이 죽음이라는 사실은 죽음이 삶과 괴리된 절망을 뜻하는 것이 아닌 삶의 다양한 모습 중 하나로서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 배우고 익혀야 할 것임을 뜻한다. 이렇듯 죽음의 의미를 진정으로 배우고 익힐 때, 그간 의미도 모른 채 뻐꾸기처럼 읊어 왔던 사랑, 평화, 행복, 자유 등과 같은 가치들의 진정한 의미를 삶으로 깨우치게 된다.


@ 찰나에 생(生)과 사(死)가 뒤바뀔 수도 있는 삶의 민낯은 결코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 수 없다. 오히려 인간 삶이 유한하다는 현실은 진정한 삶을 살도록 재촉한다."


그림: Friedrich Monk - Monk in the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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