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런 '일상'은 없다.

영화 '패터슨'을 보고..

by 마음의 고고학

매일 아침 여섯시, 패터슨의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으론 늘 시리얼을 먹는다. 그리고 버스 회사로 출근한다. 매일 똑같은 코스로 버스를 몬다. 매일 아내가 싸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퇴근 후, 잠시 공원에 들러, 하루 온 종일 떠올렸던 ‘시’를 쓴다. 귀가 후, 아내가 마련한 저녁을 먹고, 강아지를 데리곤 산책을 나선다. 그리고 늘 그렇듯 자주 가는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 영화 「패터슨」은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버스기사 패터슨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똑같은 시간, 동일한 코스, 늘 같은 승객들. 패터슨의 삶은, 어쩌면 한없이 지루해보이고, 의미 없어 보이는 나날들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영화가 비추는 패터슨의 내면은 다채롭다. 여러 시구들에 대한 상상 속에서 빚어진 내면은 유채색 풍경화를 떠올린다. 늘 같은 아내의 잠꼬대는, 그에게 귀찮은 것으로 여겨지기보단, 오히려 ‘서정시’의 모티브가 된다. 늘 같은 버스 운행 코스는, 그에게 지루한 일상이기보단, 다양한 ‘시상’을 떠올리도록 하는 삶의 중요한 요소다.



@ 흔히 일상을 권태로운 것으로 여기곤 한다. 특별히 이렇다 할 사건 없이, 매일 흘러가는 일상을 보내는 것이, 지루하다 못해, ‘지겹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 흐름 속에서,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나’ 그리고 내일의 ‘나’는 다르다. 같은 공간, 같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내면의 풍경은 계절의 변화처럼 다채롭다. 어떤 날은, 서글프게 외롭고, 또 어떤 날은 이유 없이 행복하다. 추운 겨울 따순 마음이 드는가 하면, 뜨거운 여름 시리도록 마음이 추울 때가 있다. 이런 다채로운 내면의 풍경들이 우리 마음이란 캔버스에 유화로 남는 것이다.



@ 우린 그저 그런 일상을 허비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은 꽤나 근사한 일상을 누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똑같은 일상인 것 같지만, 매일 매일 다른 풍경을 내면에 담아 두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아프고, 또 어떤 날은 슬플 수 있고, 그저 그런 날들의 연속인 것 같지만 사랑을 느끼는 날도 있었으며, 괜시리 기쁜 날들도 있었다. 아무리 초라해 보이는 일상일지라도, 내면의 붓질이 거쳐 간 일상은, 결코 무의미로 남을 수 없다. 나의 느낌과 생각, 감정들이 거쳐 간 일상들은, 내 소중한 삶의 화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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